경제·금융

[월가 포커스] 담배인삼公 주식 헐값매각

지난 9일 저녁 재경부 관리들과 증권브로커 회사 직원들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밤늦도록 담배인삼공사 정부보유주식의 해외 매각가격을 결정하지 못했다. 그 시각, 서울에서 담배인삼공사 주가는 6.8% 급락했다.예정 물량 2,633만주(14.5%)를 다 팔자니 가뜩이나 폭락한 가격에다 5%를 깎아줘야 할 형편이었다. 다음날에도 서울 증시에서 담배주가 밑바닥에서 오락가락하자, 정부가 내린 결론은 원주 가격에 70%만 팔고, 나머지 30%는 담배인삼공사에 떠넘기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조달한 금액이 2억3,000만 달러로, 지난 9월 발표당시 예상금액 3억7,000만 달러의 60%에 불과하다. 공사의 자사주취득분 물량(1억 달러)을 합쳐도 10% 이상 헐값이다. 문제는 정부가 하필이면 세계증시가 폭락하는 시점에 국가 재산을 매각하는가 하는 점이다. 정부 담당자들의 시장 판단력과 협상 주도력 부족 때문이다. 재경부는 지난 7월에 담배인삼공사 지분 매각을 추진하다가 연기한바 있고, 또다시 시도한 끝에 최악의 시점을 선택한 것이다. 재경부는 지난 9월 18일 자료에서 "이라크 전쟁설 등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으므로, 10월초에 빨리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뉴욕 증시는 하락하고 있었고, 10월 위기설이 돌고 있었다. 경보를 듣고도, 태풍 한가운데로 배를 저어온 셈이다. 정부의 담배인삼공사 지분 해외매각은 첫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 지난 99년 11월 재경부는 10억 달러의 GDR(해외예탁증서) 발행을 추진하면서 해외투자자들이 가격 할인을 요구하자 로드쇼 도중에 하차했다. 주가가 상승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프리미엄을 얹어서 발행하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2년을 기다리며 선택한 시기가 지난해 10월 24일이었다. 경기침체 와중에 9ㆍ11 테러까지 당해 뉴욕 증시가 극도의 혼돈에 빠져 있는 상황에 재경부는 굳이 담배인삼공사 지분 20%를 매각했다. 그때 물량의 절반밖에 DR로 소화하지 못하고, 나머지는 일정기간마다 이자를 물어야 하는 교환사채(EB) 조건으로 겨우 매각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주가가 좋을 땐 공기업 매각에 배짱을 부리다가, 주가가 나쁠땐 허겁지겁하는 이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외환보유고도 넉넉하고 국제통화기금(IMF) 자금도 다 갚은 상황에서 시장 변동을 여유있게 지켜보며 거래를 할 필요가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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