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로비 제도화' 이렇게 하자

최근 행정부가 로비스트 등록과 로비 공개를 위한 입법검토 입장을 밝혔다. 이는 행정부에 의한 추진 가능성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럼에도 입법이 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이해당사자들의 의견대립도 있겠지만 로비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 아직도 상당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로비는 ‘정부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공공관리들과 접촉해 자신들의 견해를 전달하는 이익추구 활동’으로 정의된다. 국민 청원권 행사의 한 방법 정부의 정책결정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거나 적어도 손해는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여러 가지 활동(예컨대 로비 외에도 시위, 법적 투쟁, 대중매체를 이용한 대중선전, 파업, 낙선운동 등)의 하나다. 최근 의료계가 정부의 의료법 개정 시도에 반발해 집단휴진과 궐기대회를 추진하는 것도 이익추구 활동의 한 사례가 될 것이다. 특히 로비는 자신들의 입장을 뒷받침할 자료나 정보의 제공, 차기 선거에서의 지지나 반대를 암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이다. 그런데 뇌물 제공, 퇴직 후의 자리 보장 같은 불법적 방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불법 로비가 주로 부각되면서 ‘로비=검은 거래’라는 인식이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로비라면 아예 색안경을 쓰고 보는 터라 국민의 권리인 청원권 행사의 한 방법이라는 인식이 약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지난 93년부터 국회와 일부 시민단체 등에 의해 로비제도화가 시도됐음에도 지금까지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04년 7월에는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연내 추진을 발표했지만 구체적 진전이 없었다. 하지만 정책결정과정에 미치는 영향력 행사의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정치자금의 공개만큼이나 중요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왜 정치자금 공개가 필요한가. 음성적 정치자금을 통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를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영향력 행사는 금품제공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행해진다. 최근 전직 고관들의 로비스트화 논란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로비의 제도화를 통해 이 같은 영향력 행사도 모두 공개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로비의 제도화를 요구하는 여론의 강도는 과거 정치자금 공개를 요구하던 여론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미약하게 느껴진다. 로비와 관련한 최근의 여론조사를 분석해보면 ‘로비의 공개’라는 측면에서는 다수가 그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에서는 ‘로비스트 양성화=불법 로비활동 용인’으로 오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렇지 않고, 그래서도 안된다. 로비제도화의 원칙은 ‘허용’과 ‘공개’가 돼야 한다고 본다. ‘허용’이란 지금은 금지돼 있는 ‘제3자를 통한 청원권 행사’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로비가 금지돼 있다는 것은 ‘제3자를 통한 청원권 행사’가 금지돼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당사자가 직접 행하는 로비활동은 불법행위를 하지 않는 한 문제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현행 제도로는 당사자가 행하는 로비행위조차도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3자를 통한 청원권 행사를 허용함과 동시에 모든 로비활동을 공개하도록 하자는 것이 ‘공개’의 요지이다. '허용·공개' 원칙 꼭 지켜야 ‘허용’해야 하는 이유는 청원권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로비를 ‘표현의 자유’로써 보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국민은 정부에 대해 자신의 이익을 주장할 정당한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권리는 제3자를 통해서도 행사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개’해야 하는 이유는 국민이 정부의 정책결정과정에 대해 ‘알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정책결정과정은 공개돼야 하고 당연히 로비를 통한 영향력 행사의 내용도 공개돼야 한다는 취지이다. 정부의 입법추진 방향도 ‘허용’과 ‘공개’를 원칙으로 진행됐으면 한다. 아울러 이 같은 취지를 국민에게 충분히 알리는 것이 입법 추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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