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포럼] 청년실업과 눈높이 대응

이현수 한국폴리텍대 청주캠퍼스 학장


청년들이 불안에 휩싸여 있다. 어김없이 졸업·신학기가 돌아오지만 그들의 일상은 지리멸렬하다. '일자리 미스매치'의 날 선 비판 앞에 무엇이 잘못됐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서 꿈의 기준을 낮추라는 어른들 말씀이 못내 서운하다.

그들은 영예로운 '대학 졸업장' 대신 '백수 입문장'을 들고 취업전선으로 내몰린다. 100번을 양보해도 청년실업자가 의무 복무하는 군인보다 많은 사회는 결코 안녕치 못한 불안정한 사회다. 청년들이 삶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열정을 상실했을 때 우리의 미래를 이끌어갈 원동력마저 기대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니 순간 가슴이 먹먹해진다.


경직된 고용구조에 하향지원만 강요

청년실업이 악화된 원인이 청년들의 취업 눈높이 탓이라니. 진단부터 동의하기 어렵다. 솔직히 말해보자. 기업들이 고용에 이처럼 소극적인 것이 행여라도 정규직 중심의 견고한 고용구조 때문이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청년실업의 문제가 진정 일자리 부족 때문이었나. 청년들이 취업하지 못하는 이유가 전적으로 일할 거리가 없기 때문이었나.


청년들이 고용되는 일자리의 대부분은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비정규직이다. 부모 등골 휘어가며 수천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부어가며 대학을 졸업했는데 어느 누가 언제 어떻게 잘릴지 모르는 비정규직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싶을까.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을 우리 사회가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작금의 청년실업해결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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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년층은 소득 2만달러 시대에 교육받고 최강의 스펙을 갖춘 세대다. 이들에게 그들의 '본전생각'에 대한 배려 없이 조건 없이 눈높이의 하향평준화만을 윽박지르는 기성세대라면 부끄럽지 않은가.

다시 문제는 불안정 고용에 대한 사회적 함의다.

정규직의 혜택이 많을수록 고용효과가 큰 서비스업을 정부가 나서서 규제할수록 청년 일자리는 감소한다. 기득권을 혁파하는 사회개혁이 전제되지 않고선 청년실업 해소를 기대하기 어렵다. 9급 공무원시험에 몰리는 유수 대학 졸업자들이 눈높이를 더 이상 어디까지 낮추란 말인가. 몰염치한 기성세대이지 않은가.

가늠하기 힘든 미래를 준비하며 발 딛고 선 잔혹한 현실을 살아보려는 대학생들의 일상은 늘 전투 모드다. 그 사이 우리 대학들의 본령과 그 존재 가치는 퇴색하고 있다. 소통과 논쟁의 부재 속에서 일방적 취업교습 우선주의가 횡행하고 학생들의 관심은 온통 취업에만 집중된 대학의 현실을 과감히 해체하고 대학을 대학답게, 청년을 청년답게 할 올곧게 가도록 하는 방도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이것이 밤을 잊은 청년들의 풍경 속에 배어있는 대학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일·학습 병행 인성키우는 교육부터

오늘도 기성세대는 청년들에게 '창의적 인재'를 힘줘 말한다. 청년들은 무엇이 창의적 인재인지 어떻게 해야 창의성을 갖출 수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고 혼란스럽다. 부단한 일자리 창출과 학벌 위주의 병폐를 뜯어고쳐 중소기업에도 인재가 몰리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사회적 명제에 누가 태클을 걸 것인가. 그러나 이 명제에 수요자에 대한 배려 없이 공급자 중심의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우리 대학들은 자유로운가.

방안은 있다. 인성과 품성을 겸비한 기술인 양성이 해답이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대학들부터 실용학문 중심과 인성교육으로의 교육혁신을 준비해야 한다. 일과 학습의 병행시스템을 교육개혁의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더디 가더라도 인성교육에 공을 들여야 한다. 대학교육의 이 같은 혁신이 선행되면 기업이 움직인다. 도대체 언제까지 청년들의 눈높이 탓, 기업 탓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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