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중소기업청이 조사한 창업기업의 실패율은 3년 차 34%, 5년 차 54%에 이른다. 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4~2009년 6년간 연평균 창업사업체가 59만5,336개 생겨났지만 이에 육박하는 57만7,501개가 문을 닫았다. 그만큼 창업의 길은 험난하고 성공 기업은 적다는 얘기다.
더욱이 경험ㆍ인맥ㆍ자금이 부족한 청년창업은 중장년층의 창업보다 실패 확률이 더욱 높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최근 저서인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서 "창업에 도전해서 성공적인 기업가가 많이 나오는 사회가 바람직하지만 아무나 창업하도록 놔두면 신용불량자 같은 패배자만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민화 KAIST 교수는 작금의 창업지원에 대해 "'지원금 밀어내기'가 아니라 실패를 한 뒤에도 재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게 창업지원 정책의 본질"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최근에는 일부 인기영역에 창업지원이 집중되면서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해 창업 실패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2년 전부터 국내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소셜커머스의 경우 출혈경쟁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빅(big)4 업체 중 한 곳인 티켓몬스터의 실적을 보면 지난해 매출액이 327억원이었지만 당기순손실은 매출액의 2배가 넘는 669억원에 이른다.
소셜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한때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등록된 소셜커머스 업체만 1,000여개가 넘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대부분 버티지 못하고 정리가 됐다"며 "그나마 천문학적인 마케팅비를 쏟아부어 살아남은 몇몇 업체들도 재무상태를 보면 참담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월 매출 10억원대인 소셜커머스 업체를 운영하는 한 30대 사장은 "정말 '망하면 죽는다'는 각오로 회사를 운영했고 그렇기 때문에 살아남았다"며 "창업할 때 마음가짐은 취업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신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확실한 기술과 목표, 각오 없이 정부의 지원에 편승해 창업에 나선 청년들이 수년 내 사업에 실패, 줄줄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면서 2000년대 자영업자 몰락 사태처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해 소상공인 자금 지원을 대폭 늘렸다가 동네 상권이 레드오션이 되면서 신용불량자를 양산했던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 실직자들을 흡수하기 위해 정부가 지원을 늘리자 통닭집ㆍ갈비집 등 자영업자 비율이 크게 높아졌고 시장이 레드오션으로 변했다"며 "결국 망하는 사람이 속출해 신용불량자ㆍ노숙자로 변하는 연쇄작용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