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행복한 중기씨] 대모엔지니어링-협력사 '행복공장 만들기'

■ 호텔급 화장실·웃음꽃 휴게실 꾸며… 신바람 나는 일터 됐죠<br>용선정공 등 4곳 설득… '대모혁신단' 1기 만들어 낙후시설 개선 손잡아<br>직원 근무여건 좋아지자 불량률 줄고 생산성 향상… 1차 업체까지 경쟁력 쑥쑥

이원해(가운데) 대모엔지니어링 회장이 지난 24일 안산 중소기업연수원에서 열린 회사 창립 24주년 행사에서 참석한 직원과 따뜻한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대모엔지니어링


“중기끼리 힘합쳐 신명나는 일터 만들었죠”

경기도 시화공단에 있는 소기업 용선정공에 다니는 A씨는 1년 전만 해도 공장에 출근할 때마다 마음이 답답했다. 공장 내부는 지저분하고 어디 쉴 장소 하나 변변한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점심을 먹은 뒤 종이상자를 접어 공장 바닥에 누워 쉬는 게 고작이었다. 악취가 코를 찌르는 화장실에 들어설 때면 자괴감마저 들었다.


그러던 A씨가 요즘 딴 세상에 온 듯 공장 가기가 즐겁다. 모 방송사 프로그램의 ‘대박가게’처럼 불만투성이 공장이 ‘행복공장’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누렇게 찌든 변기와 지독한 냄새로 쳐다 보기도 싫던 화장실은 직원들 말대로 ‘호텔 화장실’이 됐다. 아무데나 쓰러져 자던 직원들은 ‘휴게실’에서 달디 단 오수를 즐긴다.

공장 내부 역시 공장혁신 프로그램인 ‘3정5S’가이드에 따라 여느 대기업 생산공장 못지않게 깔끔하고 효율적으로 정리정돈됐다. 이제 직원들은 다른 직장으로 이직할 마음마저 사라졌다고 말한다. 깨끗해진 공장의 모습은 주변 업체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음은 물론이다.

권오흥 대표는 “기계배치 등이 효율적으로 변해 작업속도와 품질 모두 개선됐다”며 “무엇보다 직원들간에 팀워크가 생기고 함께 해보자는 의지가 살아나고 있는 점이 매우 희망적”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윤귀만 공장장도 “들어가기 전부터 뛰쳐나갈 생각이 들던 화장실은 이제 자고 싶을 정도로 깨끗해졌다”고 자랑했다.

지난 87년 설립된 용선정공은 유압 브레이커 실린더, 헤드 등을 연삭ㆍ조립하는 전형적인 소기업이다. 직원수는 10명, 매출액은 10억원인 이 회사는 흔히 근로자들이 기피하는 3D 기업 중 하나였다. 그런 용선정공이 현재 시화공단 내에서 ‘다니고 싶은’ 회사로 변화한 데는 치열한 자기혁신이 원동력이 됐다.


권 대표의 부인 B씨는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독한 세척제를 뿌려가며 스스로 공장 화장실 청소에 나섰다. 청소는 며칠 동안 계속됐다. 권 대표도 딸과 함께 화장실 청소를 도왔다. 그러자‘이렇게 한다고 회사가 얼마나 바뀌겠냐’며 뒷짐지고 지켜보던 직원들이 하나, 둘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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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싫어하고 귀찮은 일로 여기며 반대하던 직원들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 것. 직원들은 30분 일찍 회사로 출근했다. 3개월간 전 직원이 발벗고 나서 공정관리, 생산관리, 직원 휴게소 설치 등 구슬땀을 흘렸다.

이 같은 용선정공의 환골탈태에는 원청업체인 대모엔지니어링의 전폭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됐다. 현대중공업 1차협력업체인 대모엔지니어링은 자신의 협력업체들의 혁신을 위해 자금 지원과 더불어 혁신경험이 풍부한 직원들을 파견, 협력업체들과 숙식을 함께 하게 했다.

굴삭기나 크레인의 특수 어태치먼트(Attachment)를 조립ㆍ생산하는 대모엔지니어링은 1989년 설립 이후 꾸준한 매출 성장을 달성해왔다. 하지만 2005년 2~3차 업체들에서 품질 문제가 발생하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내부적으로 회사를 정비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원해 대모엔지니어링 대표는 각지에 흩어져있던 공장을 한 곳으로 모았다. 자신부터 솔선수범을 보이기 위해 임직원들과 함께 화장실 청소부터 시작했다. 3정(정품ㆍ정량ㆍ정위치) 5S(정리ㆍ정돈ㆍ청소ㆍ청결ㆍ습관화)를 실천하고 직원들의 의식을 변화한 끝에 회사는 다시 한번 성장하기 시작했다.

내실을 다진 이 대표는 2~3차 협력업체들도 함께 경쟁력을 강화해야만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협력업체 혁신돕기에 나섰다. 그는 “협력업체들과의 동반성장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만 원가를 절감하고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용선정공을 비롯한 협력사 4곳을 설득, ‘대모혁신단’ 1기를 꾸렸다.

이렇게 시작한 대모엔지니어링의 ‘행복공장 만들기’ 프로젝트는 작은 중소기업들에게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불량률은 줄고, 생산성과 직원 사기가 높아진 것은 당연했다. 또다른 협력업체인 조광정밀의 김용식 대표는 사업을 접으려다 혁신활동을 계기로 다시 한 번 회사를 키워보자는 각오를 다지게 됐다. 이 회사의 한동규 이사는 “직원들 교육을 통해 주인의식이 생기고 사기가 또한 높아졌다”며 “이전에 조광정밀의 모습을 기억하던 사람들은 개선된 회사를 보고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고 흐뭇해했다.

대모엔지니어링의 이 대표는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소기업 유공자 포상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굴삭기 부착물의 국산화는 물론 기계산업분야에서 협력기업들과 동반성장을 추진한 공로다.

이 대표는 “협력사들마다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마음 속에 있었던 것 같다”며 “가려운 곳을 긁어주니 이젠 업계 전반에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그는 이어 “하나의 제품이 만들어지기 위해 단 하나의 부품도 소홀히 다뤄져서는 안된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 산업 전체가 동반성장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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