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가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신용카드 문제가 사회적 관심을 끈 적이 몇 번 있었지만 이번에는 가맹점들이 수수료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선 게 발단이 됐다.
사실 신용카드 가맹점 입장에서 볼 때 가맹점수수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요즘과 같이 경기가 팍팍한 때에는 카드사가 미리 가져간다고 생각되는 카드수수료는 월급생활자가 월급에서 미리 떼이는 세금에 대해 느끼는 것과 같은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신용카드 가맹점들은 카드사들이 높은 수수료에 의존해 수익을 올리는 게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할 뿐만 아니라 수수료율의 차등부과 기준에 대해서도 많은 불만을 토로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용카드 업계가 지난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췄고 최근에는 중소가맹점의 범위를 확대하고 수수료율을 내리는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불만을 해소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수수료율을 손질하는 데 있어서 기억해야 할 점은 신용카드는 사회적으로 많은 비용이 수반되는 결제수단이라는 사실이다. 신용카드업은 신용공여를 통한 지급결제 시스템사업이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업은 거래 당사자인 신용카드 회원과 가맹점이 네트워크 유지를 위해 적정한 비용을 분담할 수밖에 없는 양면시장(two sided market)의 특성을 지닌다. 어느 한쪽 고객의 후생증대는 다른 고객의 후생감소로 연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양면시장은 양쪽 고객이 모두 존재해야만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 가맹점 없는 회원이 무의미하듯 회원 없는 가맹점은 존재가치가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 금융환경에 적합한 가맹점수수료 체계 수립 및 지급결제 시스템의 효율성 증대 등과 관련된 이해관계자의 차분하고도 이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 가맹점수수료 체계는 1980년대 정부가 정해준 수수료율을 출발점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급변하는 금융환경과 사회적 변화에 따른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드업계가 가맹점수수료 체계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대대적인 연구용역을 추진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신용카드업의 발전을 위해 이해관계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가맹점수수료 체계의 새 틀이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