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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따라할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빌 게이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21일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근대법학교육100주년기념관에서 서울대 학생 등 300여명을 대상으로 가진 강연에서 에너지 문제와 빈곤, 사회공헌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게이츠는 '창조경제는 어떻게 달성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한국은 이미 톱 클래스에 도달해 있다"며 "애플 같은 기업을 따라하거나 모방하기 보다는 한국만의 고유한 길을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안으로 부상한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에너지는 기본적으로 저렴하면서도 친환경적이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대체 에너지의 경우 좋기는 하지만 한정적이라는 단점이 있고, 원자력의 경우도 안전이나 폐기물 등의 문제를 안고 있어서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비구조를 바꿀 수 있는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게이츠는 신약개발과 농업생산성 향상을 통해 세계 빈곤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프리카와 같은 지역의 경우 빈곤과 영양부족 문제 등이 있다"며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유전자조작식품의 경우 이점도 많지만 문제도 있는 만큼 혁신을 통해 보다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를 고민하는 대학생들에게는 따스한 조언도 건넸다. 현재 창업 준비로 인해 자퇴를 고민중이라는 한 학생의 고민에 대해 게이츠는 "내가 대학을 중퇴한 것은 당시에는 시간이 없다고 느꼈고 창업을 하는 것이 독특한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자퇴한 것을 후회한다"며 "대학생활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매우 많기 때문에 웬만하면 자퇴를 하지 않고 다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사회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는 경쟁자들의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늘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날 빌 게이츠의 강연은 학생들로부터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강연이 시작되고 출입문이 굳게 잠겼음에도 수십명의 학생들은 미련이 남은 듯 강연장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맴돌았다. 한 학생은 "입장권은 없지만 혹시 자리가 생겨 들어갈 수 있을지 몰라 계속 기다리는 중"이라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강연장의 입구를 지키던 경호원에게 들어가게 해달라고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사람들도 있었다.
서울대 관계자는 "신청 인원이 너무 많이 부득이하게 입석까지 마련했지만 그래도 신청자가 넘쳐 출입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날 강연은 이메일을 통해 미리 신청 받은 사전 질문 3개와 학생들의 즉석 질문 10여개에 대해 답변하는 질의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서울대 대학원 국사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최상기(31)씨는 "편안한 복장으로 학생들의 질문에 격의 없이 답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나이에 개의치 않고 사회적 공헌에 힘쓰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고 말했다.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 퇴임 후 2000년 '빌앤멜린다 게이츠 재단(Bill&Melinda Gates Foundation)'을 설립해 이사장으로 활동중이다. 그는 국제사회의 빈곤과 질병문제, 에너지문제 등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기부ㆍ기술개발투자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게이츠는 22일 국회에서 '스마트 기부'를 주제로 강연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