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 원화강세 부채질

■ 원-엔 환율 990 붕괴수출기업 10곳중 7곳 엔화 약세에 무방비 달러화에 대한 엔화환율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보합 또는 소폭 하락하면서 엔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그동안 동조화경향을 보이던 원ㆍ엔 환율이 이처럼 '다른 길'을 가기 시작한 것은 기본적으로 양국의 경제전망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일본은 오는 3월 위기설이 확산되는 등 금융과 실물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고 우리나라는 주가에서 보듯이 조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조기 경기회복 기대에 따른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과 이에 따른 외국인 주식투자 확대(달러공급량 증대)는 엔화약세에도 불구하고 원화약세를 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원ㆍ엔 환율을 떨어뜨리고 있다. 원ㆍ엔 환율의 하락은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우리 수출기업들의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져 무역수지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들어 20일 현재 무역수지가 14억400만달러 적자로 월간으로는 지난 2000년 1월 이후 처음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 엔저 어디까지 갈까 대부분의 연구기관들은 엔화가치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거부반응 또한 만만치 않아 달러당 140엔 이상으로 오르기는 힘들 것이란 의견도 많다. 일본 금융기관들의 막대한 부실채권과 함께 4월부터 예금자보호 축소로 일본에서는 3월 금융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흔들리는 일본경제를 반영해 엔저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엔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미국의 수출업자들이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지나친 엔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한 바 있고 보수 성향의 부시가 이를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우리나라를 비롯, 중국ㆍ동남아 등 인근 국가 역시 엔저에 대해 강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 내부적으로도 엔저의 경기부양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또 지나친 엔저는 외국자본들의 탈 일본을 부추길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성경제연구소는 엔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엔 이상으로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메릴린치 등 대부분의 국제적인 투자은행들은 올해 말 엔ㆍ달러 환율을 120~130엔 수준으로 보고 있다. ◆ 원ㆍ달러, 원ㆍ엔 환율 어찌 될까 23, 24일 달러당 엔달러 환율이 134엔대를 치고 올라갔지만 원ㆍ달러 환율은 오히려 보합 또는 소폭 하향압력을 받았다. 주요 원인은 증시다. 조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와 함께 외국인들의 대규모 주식 순매수는 시장에 달러공급 요인으로 작용, 엔저로 인한 환율상승 심리를 압도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외환시장이 엔화를 보는 사람과 증시를 보는 사람으로 양분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양국의 경제구조나 경기회복 전망이 다르기 때문에 엔화가 약세를 보인다고 해서 원화가 이를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관계자들은 우리나라의 올해 경기회복 전망이나 월드컵 특수 등을 고려할 때 원ㆍ달러 환율은 현수준의 보합권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엔화가치는 크게 떨어지는데 원화가치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원ㆍ엔 환율은 100엔당 990원선을 위협하면서 수출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 엔저 파급영향과 대응은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수출기업들의 절반 정도가 엔화약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또 수출기업 10곳 중 7곳은 엔화약세에 대한 대비가 돼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엔화약세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효과는 단지 일본과 직접 경쟁하는 산업 분야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엔화약세가 아시아 주변국 통화를 동반 절하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원화의 '나홀로 강세'는 아시아 타국가와의 수출경쟁력에 있어서도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원ㆍ엔 환율이 100엔당 1,060원이었음을 고려할 때 올해 1,000원으로 하락할 경우 수출감소와 수입증가로 연간 28억달러 규모의 무역수지 악화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1월 중 무역수지가 2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엔저로 인한 무역수지 악화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안의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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