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사상가 100인을 선정해온 FP는 올해가 여섯 번째로, 이번에는 ‘세상을 뒤흔든 글로벌 사상가’로 주제를 잡아 분야별 인물을 나누었다.
먼저 ‘선동가’(agitators)로 이름을 올린 IS 수장 알바그다디는 참수와 대량학살을 통해 잔혹하게 21세기 테러리즘을 재정의한 인물로 평가됐다. 그는 기존 테러조직처럼 외부의 지원을 의지하지 않고 원유 판매, 공갈, 납치 등으로 테러 자금을 긁어모아 구축한 테러 조직으로 이라크와 시리아 영토 상당 부분을 점령함으로써 중동의 지도를 새로 그렸다.
알바그다디를 이어 선동가 명단에 오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이용해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합병하면서 소위 ‘러시아의 운명’을 표방하는 인물로 묘사됐다.
기성제도의 현상유지를 뒤흔든 열정적 도전자 반열에 꼽힌 베니 타이 교수는 홍콩 시위의 지적 틀을 제공했고 조슈아 웡은 카리스마적 학생 리더로서 둘 다 중국 본토와 구별되는 홍콩의 정체성을 추구해 베이징을 땀나게 만들었다고 FP는 평했다. 조만간 시위대가 강제진압되더라도 이들은 적어도 거대한 중국에 맞서 일어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프랑스 경제학자인 피케티는 자본소득율(r)이 경제성장률(g)보다 크다는 단순한 도식을 통해 자본이라는 것이 이미 가진 자에게 더 부를 증가시키는 꼴 밖에 안된다는 점을 역사적 세금 데이터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미국과 유럽의 전례없는 불평등을 통박하는 한편 산업화 후기 금융경제 덕을 톡톡히 본 거대 은행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이어 예술가 중에서는 우리나라 작가 홍성담이 꼽혔다. FP는 홍성담이 정부의 허술한 대응으로 빚어진 세월호 참사를 빗대어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하는 등 도발적 작품 때문에 광주 비엔날레에서도 쫓겨났다고 전했다.
‘정책 결정자’ 분야에서는 힌두 민족주의와 친기업 성향 정책으로 약해진 인도 경제를 부흥할 인물로 기대를 받고 있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함께, 사실상 러시아의 침공인 우크라이나 사태가 서방과의 전면전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막다른 코너에 몰지 않으면서도 능수능란하게 제재하는 정치력을 보여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꼽혔다.
이밖에 비즈니스계의 ‘거물’로는 기존의 검증된 기술을 새 아이디어와 결합해 중국 최고 부자가 된 마윈(馬雲·잭마) 알리바바그룹 회장이 선정됐다. FP는 마윈이 자신의 아파트에서 ‘인터넷 혁명’을 외치며 전자상거래 업체를 시작해 신용등급, 에스크로 서비스 제공과 함께 고객과 종업원을 주주보다 우선해 거대 기업을 일군 점을 높이 샀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