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지역이기와 탁상행정

임석훈기자 (사회부)

[기자의 눈] 지역이기와 탁상행정 임석훈기자 (사회부) 임석훈기자 (사회부) “같은 단지에서도 거래신고해야 하는 집과 그렇지 않은 곳이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이웃끼리 위화감만 조성돼 서로 얼굴 보기도 힘듭니다. 그야말로 행정편의만을 생각하는 탁상행정이라고 밖에 볼 수 없어요”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 주민) “재산세 인상도 마찬가지 입니다. 한꺼번에 4~5배나 세금이 오르는데 가만히 있겠어요. 그것도 다른 아파트 처럼 집값이나 많이 올랐다면 모르겠어요. 정부가 뭘 알고 정책을 추진하는 지 물어보고 싶어요”(송파구 풍납동 주민) 서울 강남권에 사는 주민들은 요즘 정부에 대해 쌓였던 불만을 일제히 토해내고 있다. 충분한 실사나 지역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기식으로 행정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표를 의식해야 하는 구 의회는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강남구 의회는 정부안보다 50%나 재산세율을 낮추는 조례안을 통과시켜 재산세 논쟁을 가열시켰고 다른 자치구 의회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주민들의 여론을 등에 업고 정부와 한 판 붙어보겠다는 자세다. 그러나 일부 자치구의 반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강경하다.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다. 지난 연말 재산세 인상안을 최종 조율할 때는 가만히 있더니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과세체계가 잘 못된데 따라 누려온 혜택은 눈감고 제대로 세금을 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만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누가 동조하겠는가”라고 반박했다. 정부와 강남권 자치구간 다툼은 타협점을 모르고 평행선을 달리는 양상이다.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아슬아슬하다. ‘탁상행정이다’ ‘명분없는 반대다’ 양측 주장 모두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의 눈에 자치구들의 반발은 지역이기주의로 보일 뿐이다. 지난해 재산세 인상안이 논의될 때 직접 참여해 동의하는 모습을 보이다 한참 지나서야 문제를 삼는 건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합리적이고 타당한 주장이라면 모르지만 ‘우리가 왜 당해야 돼’라는 감정적인 대응이라면 국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 정부도 이참에 거래신고지역을 구단위로 지정하는데 따른 부작용 등을 점검해 봐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주민들의 불만을 사면 정책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치제 반발의 확산만 우려하지 말고 손볼 게 있으면 과감하게 고쳐야 한다. shim@sed.co.kr 입력시간 : 2004-05-1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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