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오싱젠 지음, '영혼의 산'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중국인 작가 가오싱젠(高行健)은 한바탕 '정치논쟁'을 몰고왔다.
가오가 망명작가라는 점에서 중국측은 "정치적인 이유로 문학상을 받았다"며 펄쩍 뛰었고, 대만과 서방국가들은 "순전히 문학적인 이유였다"고 맞받아쳤다.
그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정치적 의도였든 아니든 결과적으로 정치적인 결과를 빚은 셈이다.
1940년 중국 장시(江西)성에서 태어난 가오는 1966년 문화혁명 당시 집필 원고 모두를 소각당했을 정도로 일찍이 중국 당국과는 껄끄러웠다.
이후 1986년 그의 희곡 작품들이 중국 내에서 공연이 금지되는 등 정치적 압박이 계속됐다.
급기야 1989년 가오는 프랑스로 정치적 망명의 길에 오른다. 이로써 중국 공산당과는 돌아올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이다.
그 후 10여년만인 2000년 노벨문학상이 중국 반정부 작가 가오싱젠에게 돌아갔다. 대표작은 1982년 중국에서 집필을 시작해 1989년 프랑스 망명 후 탈고한 장편소설 '영산(靈山)'이었다.
정치논쟁의 불씨가 된 작품 '영산'이 국내에서 '영혼의 산'(이상해 옮김ㆍ김종미 교열ㆍ전2권)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가오싱젠이 1982~89년 가상의 산인 영산(靈山)을 찾아 길을 떠난 여정을 기록한 기행문 형식의 소설이다.
주인공 '나'는 거쳐가는 마을마다 비극을 경험한다. 유혈낭자한 전투가 벌어지는가 하면 산적과 홍위병들의 습격을 받아 목숨을 위협받기도 한다.
여자들은 적군에게 잡혀가 몸을 더럽힌다. 그러나 여인들은 자유를 찾아 죽음을 무릅쓰는 용기를 발휘한다.
이처럼 소설 '영혼의 산'은 중국 현대사가 온갖 폭력과 야만으로 얼룩져 있음을 고발하는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추구할 궁극의 가치는 결국 자유 뿐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 소설은 매우 난해하다. 나와 당신, 그녀의 1인칭과 2인칭, 3인칭이 뒤섞여 있는 복잡한 구조를 띠고 있어 쉽게 읽히지 않는다.
이에 대해 가오는 "이 작품에서 내가 처음 시도한 것은 이야기의 구조를 없애는 일이었다"면서 "소설속의 '당신' 과 '그녀'를 불러내 '나'를 얘기했다"고 말했다.
문성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