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경제민주화 바람에 '미운털' 박힐까 조심

올해 국정감사 기업인 증인 출석률 높아진 까닭은<br>불출석 인사 벌금형 선고도 한몫<br>일부 재계 총수들도 출석 고심

국외 출장, 건강 등 갖은 이유를 들어 증인 60여명이 국정감사에 불출석했던 예년과 달리 올해 국감에는 주요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급 증인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증인으로 채택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도 출석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기업 증인의 국감 출석률이 대폭 높아진 바탕에는 국회에서 불고 있는 '경제민주화' 입법 바람이 깔려 있다. 당장 국감이 끝나면 각 상임위원회에서 일감몰아주기 규제 개정시행령, 신규 순환출자 금지법,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에 관한 상법 개정안, 본사ㆍ대리점 간 불공정거래 규제법 등 관심 법안 심사가 줄줄이 시작하는 상황에서 굳이 '미운털'이 박힐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선 것이다.


손영철 아모레퍼시픽 대표가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대리점에 대한 본사 직원의 폭언에 대해 "제가 잘못 가르쳐서 생긴 일"이라고 사죄하거나 배영호 배상면주가 대표가 '물량 밀어내기'와 관련,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납작 엎드린 것도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벌금 1,500만원),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벌금 1,000만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벌금 1,000만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벌금 1,000만원) 등 지난해 국감에 나타나지 않은 재계 인사들에게 올 들어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하는 등 실질적인 처벌이 이뤄진 것도 출석률 높이기에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


당시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검찰 구형보다도 더 높은 형량을 부과하면서 총수들에게 "또다시 불출석하면 집행유예와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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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여야는 이유 없이 불출석한 증인의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현행 국회법의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법정 최고형을 징역 5년 이하로 늘리고 벌금을 소득에 비례해 내도록 하는 '일수벌금제'를 도입하는 등의 방안이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 신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은 물론 증인 채택 당일 날 나타나지 않았던 도종환 홈플러스 대표, 김우택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대표(전 메가박스 대표) 등도 다음달 열릴 종합감사 기간까지 국감장에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 여야 지도부는 이날 국감 기간 중 과도한 민간인 증인 채택과 정쟁 확산을 놓고 재차 공방을 펼쳤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이 증인 채택 거부, 정쟁 유발 등 온갖 방해를 해오더니 마침내 국감무용론까지 등장시켰다"며 "국감이 두렵다는 국감공포론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일부 상임위에서 야당에 의한 대선 뒤풀이성 정쟁 국감이 진행되고 있어 심히 유감"이라며 "새누리당은 민생 국감에 치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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