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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도넛 열전

3,000억 시장… 매년 30%씩 성장<br>外産브랜드들 물고 물리는 血戰





[리빙 앤 조이] 도넛 열전 3,000억 시장… 매년 30%씩 성장外産브랜드들 물고 물리는 血戰 정민정 기자 jminj@sed.co.kr 그래픽=이근길기자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3','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4','default','260'); "한 손으로 살짝 들고 배어 먹을 때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달콤함, 거기에 진한 에스프레소 한 모금을 마시면 온 몸 가득 나른한 행복이 밀려온다. 이 맛에 일주일에 3~4번은 꼭 들르게 되는 중독성. 그러나 나에게는 감히 거부할 수 없는 행복한 중독이다." 한 도넛 마니아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언제부터인가 강남이건, 명동이건 할 것 없이 젊은이들이 몰리는 곳이면 어김 없이 눈에 띄는 도넛 매장. 최근 패스트 푸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함께 햄버거나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는 발길은 다소 줄었지만 도넛의 인기는 사그러들 줄 모른다. 도넛의 탄생지는 400여년 전 네덜란드로 알려져 있다. 달콤한 밀가루 반죽(dough)을 호두만한 크기로 둥글려 기름에 튀긴 것으로, 처음에는 기름 과자(oil cake)라 불렸다가 색깔이 견과(nut)류와 비슷한 갈색에 크기까지 비슷해 도넛(doughnut)이란 합성어가 만들어졌다. 이후 미국에서 도넛(doughnut)을 줄여 도넛(Donut)이라는 명칭이 폭 넓게 사용되면서 요즘 도넛(Donut)이 일상어로 굳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면 도넛 한 가운데 구멍이 난 이유는 뭘까. 여기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설이 전해진다. 미국 인디언 마을에 살고 있던 한 부인이 빵을 만들다가 인디언이 쏜 화살이 빵에 맞았는데 그 모양 그대로 만들다 보니 구멍이 난 도넛이 생겼다거나, 네덜란드의 주부들이 밀가루 반죽 가운데 호두를 올린 튀김 과자를 만들어 먹는 것을 본 청교도인이 미국에 가서 링 도넛을 만들어 먹었다는 설, 150년 전 한센 크로케트 그레고리라는 미국인 함장이 배 위에서 도넛을 먹다가 키의 돌출 부위에 도넛을 꽂아 가운데 구멍이 생기게 됐다는 설도 있다. 유래가 어찌 됐든 도넛은 휴대가 간편하고 먹기도 쉬워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에게 인기가 높았고, 제대 군인들의 영향으로 세계 2차 대전 후인 1950년대 미국에서는 도넛이 대유행을 했다. 1970~1980년대에는 베이글의 폭발적인 인기에 눌려 잠시 주춤했으나 1990년대 들면서 어릴 적 '향수'를 즐기려는 베이비 부머(1946~1964년생 미국인)를 중심으로 도넛이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다. 몇 년 전부터는 트랜스 지방에 대한 사용 금지 조치 및 일반인의 부정적인 인식으로 햄버거 등 패스트 푸드의 소비는 줄고 있지만 도넛은 해바라기씨 유(油)나 팜 유 등 트랜스 지방을 현저하게 낮춘 유지를 사용하고 다양한 웰빙 메뉴를 개발하면서 여전히 젊은이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94년 '던킨 도너츠'가 상륙한 이후 2004년 12월 '크리스피 크림 도넛'이 문을 열었고 2006년 말 '서던 메이드 오픈'이, 지난해에는 '미스터 도넛', '도넛 플랜트 뉴욕 시티'가 차례로 선보였다. 바야흐로 도넛의 춘추전국 시대가 열린 것이다. 현재 연간 3,000억원 규모의 도넛 시장에서 점유율 85%로 단연 1위를 차지하는 던킨 도너츠가 '수성'을 위해 치열한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크리스피 크림과 미스터 도넛이 2, 3위 다툼을 벌이고 있고 도넛 플랜트도 마니아 층을 중심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이번 주 리빙앤조이는 달콤한 도넛 세계로의 여행이다. 아울러 도넛과 관련된 오해와 진실도 살펴본다. 편의성·단맛 앞세워 급성장 여성 고객이 60%이상 차지 크리스피 크림·미스터 도넛 등 "던킨 잡자" 치열한 제품 개발 저렴한 가격대로 다양한 도넛을 맛볼 수 있었던 대중적인 도넛 브랜드인 던킨 도너츠가 10여년간 국내 도넛 시장을 이끌더니 ‘가장 미국적인 도넛’으로 정평이 난 크리스피 크림이 처음 상륙했을 때는 고객들이 도넛을 맛보기 위해 하루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한편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온 미스터 도넛은 한국인 입맛에도 맞는 쫄깃쫄깃함으로 소비자들을 파고 들었다. 이에 더해 힐러리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즐겨 먹는 웰빙 도넛인 도넛 플랜트 뉴욕시티와 미국의 유명한 팝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가 즐겨 찾았다는 수제 도넛 서던 메이드까지 한국에 상륙하며 도넛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65조원의 외식시장에서 약 3,000억원을 점유하고 있는 도넛 시장은 매년 30%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과 4% 성장에 그친 패스트 푸드 시장과는 대조적이다. 한편 지난해 문을 연 토종 브랜드인 도노 스튜디오는 소비자에게 외면 받으면서 급기야 올 여름 문을 닫아 도넛 시장은 외산 브랜드 일색이 되고 말았다. ■편의성이 도넛 시장 키워 웰빙의 뒤를 잇는 새로운 키워드로 최근 ‘이지팅’(easiting)이라는 단어가 화두가 되고 있다. 크기, 포장, 칼로리, 그리고 주문과 취식이 쉽고 간편하다는 뜻을 갖고 있는 이지팅(easy와 eating의 합성어) 트렌드는 도넛 시장에도 예외가 아니다. 던킨 도너츠가 자사 회원 480명을 대상으로 왜 도넛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온라인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61%인 297명이 도넛을 ‘간편하기 때문에 먹는다’고 답했다. 이들은 간편할 뿐만 아니라 잘라 먹을 수 있으며 보관하기에 용이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이어 ‘빨리 먹을 수 있다’(23%, 111명), ‘트렌디(trendy)하다’(16%, 78명) 순으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던킨 도너츠 삼성점의 경우 매출의 40%가 오후 시간대에 집중돼 있다. 삼성역 근처에서 근무를 하는 이혜은(25)씨는 “요즘은 점심을 가볍게 먹기 때문에 오후에는 주로 간식을 먹게 되는데, 회사에 여직원이 많다 보니 오후 3~4시경 간식 시간을 갖는 것이 일상 처럼 됐다”며 “예전에는 떡볶이를 많이 먹었는데 요즘은 도넛이 훨씬 더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던킨 도너츠를 비롯해 미스터도넛이나 크리스피 크림 영업 담당자들은 “오후 시간대 대량 구매 고객이 많으며 그 중에서도 여성 고객이 60% 이상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매장에서 먹는 고객보다는 테이크 아웃(take-outㆍ음식을 주문해서 가져가는 것)의 매출 비중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카페형 매장의 급속 증가 최근 도넛 시장의 흐름은 카페형 매장의 증가다. 카페형 매장의 증가는 커피 시장의 성숙과 궤를 같이 하는데 스타벅스, 커피빈 등과 같은 커피 문화가 현대인의 생활 속으로 깊숙이 파고 들면서 고객들이 커피와 어울리는 먹거리로 도넛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도넛 매장에서도 커피는 물론 다양한 음료를 맛볼 수 있게 되면서 도넛 점포가 급속도로 늘고 있는 반면 커피 전문점은 다소 주춤하다. 테헤란로를 끼고 있는 대로변 점포를 기준으로 한때 10개에 육박하던 스타벅스는 현재 6개 매장으로 줄면서 커피빈, 할리스 커피, 엔제리너스, 그리고 세븐 몽키스를 합친 전체 커피 전문점 매장의 수가 10개를 겨우 웃돌고 있다. 반면 던킨도너츠의 경우 2005년까지는 테헤란로 대로변에서 운영하는 점포는 삼성역점 하나에 불과했지만 2006년 선릉역 1호, 2호점을 잇따라 내더니 올해에는 국기원점과 강남 파이낸스점을 선보이며 테헤란로 대로변에서만 5개 매장을 갖추게 됐다. 미스터 도넛도 올 7월 선릉역 부근에 테헤란로점을 본격 개시하면서 테헤란로 도넛 전성 시대에 동참했다. ■수제 도넛의 인기 몰이 수제(手製) 도넛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도 도넛 시장의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수제 도넛의 선봉에 선 미스터 도넛은 매장에 마련된 오픈 키친(open kitchen)에서 도넛 장인인 도넛 마스터가 직접 손으로 생산한다는 점을 소비자에게 내세우면서 개점 17개월 만에 도넛 시장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미스터 도넛은 8시간이 지난 도넛은 폐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현재 12개 매장에 각각 5~10명 정도의 도넛 마스터가 도넛을 만드는데 이 마스터들은 모두 49일간의 일본 및 한국의 미스터 도넛 아카데미를 수료한 사람들이다. 도넛 플랜트 뉴욕 시티는 서울 화양동의 공장에서 도넛 파티쉐들이 하루 3,000개 정도의 수제 도넛을 생산하는데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 3회씩 서울 및 수도권 9개 매장으로 실어 나르고 있다. 특히 도넛 플랜트는 일반 도넛(직경 8.5㎝)에 비해 1.6배 정도 큰 14.5㎝ 크기이며 다른 도넛 브랜드가 설탕과 꿀로 만든 글레이즈(glazeㆍ겉을 싸는 시럽)로 도넛 표면을 씌우는 것과 달리 천연 과일 글레이즈 소스를 사용해 덜 단 것이 특징이다. 서던 메이드는 반죽 과정부터 수타 방식을 고집하는 수제 도넛으로 풍부하고 깊은 맛을 자랑하며 방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신선한 웰빙 도넛으로 각광 받고 있다. 이처럼 수제 도넛의 인기가 상한가를 치자 던킨 도너츠도 올 5월부터 핫 도넛(Hot Donut) 카페 매장을 선보이기 시작해 현재 30여개의 핫 도넛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던킨은 도너츠 베이커(Donuts Baker)를 선발해 2개월 간의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마친 후 매장의 오픈 키친에서 직접 제품을 만든다. 한 매장 당 2~3명 정도의 도너츠 베이커가 배치돼 해당 매장 판매량의 30% 정도를 생산하고 있는데 던킨은 핫 도넛 매장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던킨 도너츠는 전국 14개 공장(제주도 1곳 포함)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 2~3회 배송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크리스피의 도넛 극장 크리스피 크림은 독특한 제조 방식을 갖고 있다. 특히 크리스피 크림의 대표 상품으로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오리지널 글레이즈드는 1937년부터 한번도 바뀐 적이 없는 도넛 믹스와 독특한 생산 과정을 거친다. 크리스피 크림 만의 도넛 믹스를 이스트, 물과 섞어 반죽을 만든 후 ‘분출기’라는 기계에 넣어 공기의 압력을 이용해 반죽을 잘라낸다. 분출된 도넛 반죽은 ‘숙성기’ 안에서 위와 아래로 천천히 움직이면서 부풀어 오른다. 숙성을 마친 도넛은 조리를 위해 트랜스 지방이 거의 없는 해바라기유에 담근다. 55초간 기름에 튀긴 도넛은 자동으로 뒤집어져 다시 55초간 반대쪽 면이 익으면서 황금 빛이 감도는 도넛의 모양을 갖추게 된다. 여기까지 오면 오리지널 글레이즈드의 부드러움이 완성되며 마지막 과정인 글레이즈 폭포를 줄지어 지나면서 달콤한 맛을 더하게 된다. 고객들은 이 모든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단순히 입으로만 느끼는 즐거움이 아닌 보는 즐거움까지 만끽할 수 있다. 특히 매장 전면에 자리한 ‘HOT NOW’라는 붉은 색 네온 사인이 켜지면 따뜻한 오리지널 글레이즈드가 나오고 있다는 신호로, 크리스피 크림 마니아들은 오전(2~3시간)과 오후(5~6시간) 동안 사인이 켜지는 시간대를 맞춰 매장을 방문한다. 그렇다면 도넛이 이처럼 인기를 끄는 이유가 뭘까. 여러 가지 원인을 들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 중에서도 도넛의 단 맛이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최희정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스트레스를 줄이려면 마음을 진정시키고, 신경 세포를 이완시켜 편안하고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물질인 세로토닌이 필요한데, 이 물질은 당분에 의해 합성이 촉진된다”면서 “초콜릿이나 도넛 등 단 음식에는 세로토닌을 생성시키는 성분인 트립토판이 풍부하기 때문에 우울함이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관련기사 ◀◀◀ ▶ [리빙 앤 조이] 도넛 열전 ▶ [리빙 앤 조이] 도넛에 관한 오해와 진실 ▶ [리빙 앤 조이] 보톡스·레이저 그만, 내 피로 피부탄력을… ▶ [리빙 앤 조이] 진주, 남강에 흐르는 형형색색 流燈… ▶ [리빙 앤 조이] 추천! 트레킹 명소 ▶ [리빙 앤 조이] 트레킹 장비 고르기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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