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울시, 대형마트 판매품목 제한

오호석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상임대표

이승창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서울시가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의 판매 품목 중 51개(기호식품 4, 채소 17, 신선ㆍ조리식품 9, 수산물 7, 정육 5, 건어물 8, 쓰레기종량제봉투 1)에 대해 제한하거나 수량을 줄여 판매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라고 밝혀 논란을 빚고 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상인들은 환영하면서 이번 조치가 우리 사회와 유통 부문의 상생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대형 유통업체와 여기에 납품하는 농어민들은 매출 감소와 함께 소비자 불편이 우려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는 다음달 말 유통업계ㆍ골목상권 관계자, 학계, 시민들이 참석하는 공청회를 열어 판매제한 권고 항목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적용 범위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찬반 양측의 견해를 실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찬성
대형마트 위주 시장독과점 방지
약자 배려로 사회적 비용도 줄여



골목상권이 어려워진 것은 유통시장 전면 개방에 대비해 대형마트와 같은 대규모 소매점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한 1997년 이후부터다. 당시 정부가 도소매진흥법을 폐기하고 유통산업발전법을 제정하면서 대형마트 시장은 급속히 팽창하게 됐고 2006년에는 과포화 상태에 이르게 됐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대형마트는 소형화 전략을 채택해 기업형슈퍼마켓(SSM)을 출점하게 됐고 영업시간도 점차 늘려가게 되면서 가뜩이나 규모의 경제에 떠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는 골목상권의 회생 의지마저 꺾어버렸다. 불과 16년여의 짧은 기간에 대규모 소매점이 골목상권을 초토화시킨 것이다.

대형마트의 득세를 도왔던 유통산업발전법이 2012년에 들어서면서 대형마트와 SSM을 규제하기 위해 3,000㎡ 이상의 대규모 소매점의 입점과 거리를 제한하고 영업시간을 규제하는 법으로 골목상권 자영업자의 편으로 방향을 틀게 되면서 대형마트는 편의점 출점에 눈독을 들이거나 약국과 상품 공급자 방식으로 규제를 피해 허를 찌르는 꼼수ㆍ변종 영업까지 펼치고 있다.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는 말처럼 외형 확산을 통한 몸집 불리기를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모양이다.

과거부터 우리 서민들이 경제 성장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던 것처럼 아직도 우리 시대에는 희생의 고통을 강요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그들은 경쟁력이 없는 약자는 강자에 의해 소멸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자유경제의 논리를 근거로 들고 있다. 다양한 일자리 제공과 복지 서비스가 열악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강자의 약육강식의 논리를 들어 사회적 약자를 그렇게 많이 배출해도 된다고 한다면 그에 따른 책임도 분명히 누군가는 져야 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업을 구하지 못하는 청년 실업자, 대형마트의 등쌀에 골목상권에서 쫓겨나 실직자 신세가 된 자영업자, 직장에서 떠밀려난 베이비붐 세대에 이르기까지 결국 그들이 택할 수 있는 길은 대출까지 받아가며 자영업의 길을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하거나 재도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사회의 실상이다.

이렇듯 사회적 약자들이 늘어나게 되면 복지 수요는 그에 비례해 점차 증가하게 될 것이고 취약계층이 많아질수록 내수 시장이 얼어붙고 악성 부채에 의해 금융 위기의 위험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중산층 복원이라는 새 정부의 기치도 요원해질뿐더러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결국 우리들 주머니에서 더 많은 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것이고 우리 사회는 인적 인프라가 무너지고 돌려 막기에 급급한 경제적 임계점을 넘어서게 될 것이다.


최근 대형마트는 자신들을 규제하면 일자리가 줄고 협력업체의 줄도산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그들은 협력업체 직원에게 파견 형식의 무상 중노동을 강요하고 구매단가를 낮춰서 더 큰 고통을 주는 현실, 골목상권이 담당했던 많은 자생적 일자리를 없애고 우리 중소기업과 농어민들의 다양한 납품 루트를 차단한 사실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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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독과점은 우리 모두가 경계해야 할 일이다. 슈퍼갑의 논리에 시장이 일방적으로 끌려가게 되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이야기는 현상을 지나치게 과장되게 표현한 것이 아니다. 선진국들이 작은 가게를 보호하는 정책을 쓰는 이유를 곰곰이 새겨봐야 한다. 골목상권 보호가 곧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방편이란 사실을 그들은 알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와 SSM의 판매 품목 제한은 사회적 강자에게는 패널티를, 사회적 약자에게는 핸디캡을 인정하는 좋은 제도다. 당장 소비자들은 불편을 느끼고 선택권을 제한하는 나쁜 조치라고 할지는 모르지만 스스로 대형마트와 경쟁할 수 없는 골목의 이웃을 위해 이런 배려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반대
농수축산물 생산과 유통에 피해
소비자주권 원칙 심각하게 훼손


현재 서울에는 226개의 전통시장에서 약 4만9,000개의 점포가 각종 식료품과 주로 편의품적인 일상적 공산품을 판매하고 있다. 과거 수많던 조그만 재래시장과 동네 지킴이를 하던 골목 슈퍼 대부분은 서울 인구 유입에 따른 아파트 주거 환경으로의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 적응ㆍ생존하지 못했다.

그동안 정책적 이슈였던 공간적 '입점 제한'과 시간적 '의무휴업' 외에 이번의 새로운 '판매제한 품목' 규제안에 대한 배경설명이 필요하지는 않으나 서울시가 제기했다는 점에서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이 있다. 우선 서울시는 이미 96% 이상 도시화가 돼 거주인구가 1,044만명이 넘는 수도임에도 시민들의 일상적 생활을 규제하고자 했다는 점이다.

또한 지난해 서울시의 2011년도 사업체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등록한 음식료품 위주의 종합소매업의 업체 수는 1만2,371개이고 평균 종사자 수는 3.73명으로서 총 종사자는 약 4만6,000명이다. 전통시장 내 종사자가 얼마나 포함됐는지는 모르겠으나 서울시 식료품 소매업 종사자 수는 대략 최대 인원인 10만~20만명을 넘지 않을 것이다. 이 같은 배경하에서 서울시가 권고안으로 제시한 현대화된 식료품점, 즉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서의 판매제한 품목 정책이 낳을 문제점을 크게 두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서울시의 약 6만여개의 식료품 판매 자영업, 즉 골목 슈퍼와 전통시장 내 점포를 위한 정책은 지방자치단체의 수많은 농수축산물 생산과 유통물류 종사자들의 매출 급감을 유발할 것이 분명하다. 농수축산물과 가공조리식품의 취급률이 대형마트는 최소 55%, SSM은 최소 83%이므로 직접적인 매출 감소뿐만 아니라 지난 10년 이상 이들과 기업 거래를 해온 지방의 생산ㆍ물류 분야 식료품 자영업자의 타격은 어찌할 것인가를 묻고 싶다. 서울시의 주요 대형마트 31개와 준대규모 점포인 200여개 SSM의 매출 규모만도 대략 8조원에 이른다. 하나로마트ㆍ코스트코와 중소형 체인 마트 등을 포함하면 훨씬 더 크다. 서울 지역의 식료품상을 보호하려다 지방의 농수축산물 생산자와 유통물류 종사자들이 희생될까 두렵다.

둘째, 이번 규제안은 '소비자주권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개별 소비자의 만족 증대를 목표로 하는 소비자주권 원칙에서 볼 때 '판매 품목 규제'는 소비자의 점포 선택권을 침해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 될 것이고 필수 소비 식료품목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구입 편리성을 내재하므로 설상 51개 품목 중 소수의 품목을 판매 금지하거나 규제한다 하더라도 소비자의 편의성 또한 침해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다.

이처럼 개별 소비자의 후생 감소뿐만 아니라 식료품의 생산 및 유통물류 종사자들이 직접 겪을 거래선 축소ㆍ변경에 따른 매출 감소와 출하가격 인하에 따른 이들의 후생 감소를 함께 생각하면 전국 규모 소비자의 심각한 후생 감소가 극히 우려된다. 서울시의 정책적 시급성은 이해하려 노력하겠으나 이번과는 다른 진정한 연구 용역을 통해 진실 방안을 찾기를 기대한다. 방법은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분명하게 언급하고픈 것은 규제의 적법성을 갖추기 위해 절차를 밟고자 할 때도 반드시 합리성의 원칙에 기초해 정책 결정 행위의 상황 분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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