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SectionName(); [리빙 앤 조이] 누나처럼 엄마처럼 때론 못된 시누이처럼 ■ 이슈여성 상사와 부하 직원 정민정 기자 jminj@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악마 같은 상사 밑에서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직장 여성들의 치열한 삶을 그렸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한국판으로 불리며 최근 방영중인 TV드라마 ‘스타일’도 패션잡지의 까칠한 박기자(김혜수 분) 편집장과 1년차 어시스턴트 문서정(이지아 분)의 관계를 통해 직장 여성들의 갈등을 표현해 시청자 공감을 얻고 있다. 쌍방향 소통 선호 남자 상사와 차별화 부하직원 세심한 배려 가장 큰 무기 성·연령 극복 못하고 갈등 일으키기도 TV광고에도 여성 상사가 등장했다. LG텔레콤의 3G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 오즈(OZ)는 지난해 ‘오주상사 영업 2팀’이라는 광고에서 우아한 표정과 말솜씨, 부드럽지만 특유의 여성적 카리스마를 뽐내는 부장 장미희를 내세워 딱딱하고 가부장적인 기존의 남자 상사 이미지와 차별화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 증가세에 맞춰 여성 상사가 서서히 늘어나는 현실을 드라마나 광고 등도 발 빠르게 반영한 결과다. 과거에는 없던 사례가 늘어나는 만큼 여성 상사와 부하 직원간의 관계 정립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상당수 직장인들은 여자 상사와 부하 직원 사이간의 긴장 관계는 직장 생활에서 겪는 모습 중 하나일 뿐이라고 여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그러한 갈등이 비단 여자 상사이기 때문에 겪는 것이라기보다는 상사와 부하 직원이라는 조직내 수직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여자 상사는 부하직원과의 관계에서 남자 상사와 근본적으로 차별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회사 속의 남과 여, 그 차이의 심리학’(지식노마드 펴냄)의 공동 저자 바버라 애니스는 “여성 리더는 유대감을 형성할 때까지 계속 상호 작용을 확대하고 일방 통행보다는 쌍방향 소통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반면 남성 리더들은 상호 작용을 일종의 거래로 여기는 경향이 강해 상호 작용을 마치고 나면 다시 자신의 고독한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그 만큼 여성 리더가 의사 소통을 통한 관계 형성에 무게를 두고 있고 이러한 감성 리더십이 조직의 융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감정적인 면에 치우쳐 동료나 후배들과 크고 작은 마찰을 빚는 여자 상사들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이 시대 직장인들이 겪는 여성 상사는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여자 상사로 살아가는 당사자는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사례를 살펴봤다. ◇“여자 상사 모시기 힘들어요” 여자 상사와 남자 직원간의 폭행 사건이 심심찮게 일어난다. 얼마 전 직장인 이 모(25)씨는 여자 상사 진 모(29) 씨가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자주 지각한다”며 혼을 내자 격분해 주먹과 발로 진 씨를 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일반적으로 남성들은 2년간 군대 생활을 하면서 여성에 비해 입사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보니 나이 어린 여자 선배나 상사를 모셔야 하는 일이 많아진 것도 마찰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형마트에 MD로 입사한 송길성(30) 씨는 강 모(30) 대리를 상사로 모시면서 물건을 나르는 일은 물론 커피 심부름 등 허드렛일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입사하자마자 이런 저런 격무에 시달려 입술이 부르텄다는 송 씨는 “상무님이 얼굴을 보고 일이 힘드냐고 물어봤는데 강 대리가 끼어들어 내가 일이 서툴러서 안 해도 되는 고생을 한다며 오히려 나를 나무라기까지 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송 씨는 같은 남자끼리라면 담배라도 피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겠지만 여자라 그러지도 못하고 회사 생활 자체가 고역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여성끼리도 무조건 여자 상사를 선호하는 건 아니다. 유달리 여자 후배들에게만 인색한 여자 상사를 만나면 원활한 회사 생활을 원활하게 하기 어려워진다. 카탈로그 통신판매 업체에서 근무하는 김진숙(23) 씨는 함께 일하는 여자 선배로 인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판매할 샘플을 구매하러 시장 조사라도 나가면 하루 종일 쇼핑한 짐이 모두 김 씨의 차지가 된다. 다른 남자 직원들에게는 친절하게 대해주면서 여자 후배에 대해서는 챙겨주기는커녕 오히려 경계하는 듯한 모습에 실망할 때가 많다고 김 씨는 하소연했다. 여행 업체에 근무하는 최재인(29) 씨는 최근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로 옮겼다. 부서 전체를 관장하는 여자 상사의 무책임한 행동을 몇 년간 겪으면서 누적된 불만을 참지 못하고 사표를 던지고 만 것이다. 입사 후 선배에게 멘토 역할을 기대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계획하고 혼자 처리해야만 했다. 더욱이 업무의 공은 자신이 가져 가고 잘못은 최 씨에 전가하는 비인간적인 상사라는 생각이 들어 견디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인생의 ‘롤 모델’로 삼는 여자 상사 여성 직장인이 늘면서 상사와의 관계는 물론 거래처와의 관계 등에서도 서서히 변화가 일고 있다. ‘역사는 밤에 이뤄진다’는 속설과 달리 건전한 식사나 가벼운 와인 한 잔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고 특유의 섬세함과 감성, 도덕성을 통해 거래처는 물론 부하 직원에게도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여성 리더들이 늘고 있다. 이는 여성이 권위적, 명령적인 관계보다 수평적 사고를 지향하는 경향이 강한데다 여성이 목표지향적이기보다 관계 지향적이라는 점이 최근의 사회 분위기나 기업 문화와 부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정석현(32) 씨는 입사해 처음 배치받은 부서에서 모셨던 여성 상사를 지금도 최고의 ‘롤(Role) 모델’로 꼽는다. 당시 회사 내 5명밖에 없는 여성 임원이었던 김진희(45) 부장은 스스로 부하 직원에게 모범을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특히 일에서는 완벽주의를 지향하면서도 세심한 배려로 후배들의 경조사를 챙겨 ‘큰 누나’처럼 믿고 의지하는 남자 직원들이 많았다고 한다. 정 씨는 “김 부장은 회사 법인 카드도 업무 용도 외에는 절대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청렴한 태도를 보여줬다”며 “후배들이 실수할 때도 무조건 질책하는 게 아니라 사안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함께 해결책까지 제시해주는 진정한 리더였다”고 말했다. 홍보대행사 4년차인 이진주(28) 씨는 선배인 양선숙(36) 씨가 친언니보다도 더 미덥다. 입사하자마자 만난 ‘사수’인 양 씨는 업무 처리는 확실하지만 직선적인 성격으로 후배들 사이에 무서운 선배였다. 그런데 이 씨가 광고주의 불만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프로젝트를 날릴 위기에 놓이게 되고 사장의 불호령까지 떨어지자 양 씨가 그를 감싸고 나섰다. “사장님, 제가 옆에서 다 지켜봤는데 진주씨는 할 만큼 했습니다. 제가 책임질 테니 끝까지 지켜봐 주십시오.” 결국 프로젝트를 망치는 최악의 상황을 막은 이 씨는 “후배로 하여금 저절로 따르게 만드는 선배의 모습이 이런 거라고 생각하게 됐고 지금은 친언니 이상 믿고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여자 상사의 강점을 활용하라 경력이 쌓이면서 과장, 부장으로 승진하는 여성 리더들도 고민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비교 대상이 되는 다른 부서 남자 상사와의 업무 처리 방식부터 직원들에 대한 사소한 지시까지 알게 모르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세상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저녁 술자리에서 거래처나 윗사람과의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부서 술 자리에 끝까지 남아 2차, 3차까지 어울리기에 어려움이 있다 보니 회식 자리에서 공유되는 은밀한 유대감을 형성하기도 어렵다. 남자 후배들과의 관계에서도 고민이나 갈등을 다독여 줄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스스로 ‘슈퍼 우먼’이 돼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것이 대다수 여성 리더들이 겪는 공통된 경험이다. 잡코리아가 지난해 실시한 한 설문조사 결과는 다행히 여성 상사들에게 ‘위안’이 될만하다. 직장인 841명을 대상으로 ‘함께 일하고 싶은 직장 상사 유형’을 질문한 결과 막히는 일도 척척 해결해주는 능력 있는 스타일(19.1%), 시키기보다 먼저 솔선수범하는 스타일(17.5%), 남다른 카리스마로 팀을 인도하는 스타일(12.5%)보다 아랫사람에 대한 배려심과 이해심이 많은 스타일(39.8%)을 상사로 더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결과만 놓고 보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탁월한 여성이 상사로서 더욱 유리한 것은 물론이다. 외국계 IT 업체인 주니퍼네트웍스에 근무하는 이수정(40) 이사는 “부하 직원이 지쳐있을 때 말 한 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넨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남녀에 상관없이 진심으로 상대방을 대해주고 세심한 배려를 하는 것이 천 가지 전술보다 낫다”고 말했다. 서명희 세계화전략연구소 여성성공학 이사는 “외국에서는 일터에서 오직 일과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남성의 ‘패스트 트랙(fast track)’에 빗대 ‘마미 트랙(mommy track)’이라는 말이 있다. 자녀 양육과 일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싶어하는 여성을 뜻한다”고 했다. 서 이사는 “선진국 대열에 본격 진입하기 위해서는 여성 인력 활용이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만큼 여성도 남성도 서로를 적이 아닌 동료이자 파트너로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경영 환경이 감성과 소통을 중시하는 상황으로 급변하는 만큼 여성 리더들도 자신의 강점을 살리면 더 많은 성공 모델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