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9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놓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예정된 만큼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이 있는가 하면 메르스 사태로 국민 건강이 위태로운 비상 상황에 굳이 지금 미국으로 떠나야 하냐며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쪽도 있다. 시간을 갖고 사태 추이를 좀 더 지켜본 후 방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 역시 존재한다.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현 국제정세는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미룰 정도로 만만치 않다. 북한이 지난달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성공하는 등 도발수위를 높이면서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중국은 이에 대해 우리 정부에 세 번씩이나 우려를 표할 만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우리는 최고 우방과 최대 무역상대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돼버렸다. 여기에 일본의 위안부 문제, 자위대 해외파견, 세계문화유산 등재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문제와 같이 경제환경을 완전히 뒤바꿔놓을지 모를 현안도 걸려 있다.
게다가 갑작스러운 방미 연기는 외교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데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메르스 사태에 대한 불안한 시선을 더욱 조장할 우려가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그러지 않아도 동북아에서 외교 고립이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조차 대통령의 방미와 관련해 "최고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는 정말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대통령이라면 전염병에 총력을 기울여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교 현안을 해결하는 것 역시 놓쳐서는 안 된다. 메르스와 방미는 별개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