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남자친구와 결혼을 약속한 예비신부 윤모(31)씨는 얼마 전 말 못할 고민에 빠졌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3년 전 클럽에서 찍힌 자신의 사진이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 있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사진을 '퍼간' 게시자는 윤씨의 옷차림을 이용해 사진을 악의적으로 편집했고 여기에 달린 댓글들은 더욱 가관이었다. 게시물 삭제방법을 수소문하던 윤씨는 '디지털 과거 흔적'을 삭제해준다는 한 전문업체를 찾았고 이 업체는 얼마 뒤 '사진과 게시글을 모두 지웠다'는 소식을 윤씨에게 알려왔다.
검색어 몇개만 조합하면 한 개인의 과거를 들춰낼 수 있는 디지털 정보과다의 시대. 윤씨처럼 인터넷에 남겨진 글이나 사진·동영상 등 사생활과 직결된 정보를 삭제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과거 행적 삭제'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도 성업을 이루고 있다. 인터넷상의 '공개'와 '연결'에 지친 사람들이 이른바 잊힐 권리를 찾기 시작하며 나타난 신풍속도다.
대표적인 것이 일명 '디지털 세탁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자신도 기억나지 않는 개인정보를 이용자 대신 지워주는 것이다. 현재 디지털 세탁업을 하는 업체는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맥신코리아 등 10여곳 정도로 추정된다.
수요는 많다. 김호진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 대표는 "동영상이나 사진을 삭제해달라는 요청이 한달에 100건 정도 들어온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발생한 카드사 개인정보 대량유출로 상담건수는 더욱 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이후 상담이 2~3배로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망자의 사후 인터넷 기록을 지워주는 '디지털 장의사'업도 있다. 사망한 사람의 개인정보 등이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인터넷에 떠도는 '디지털 유산'을 청소해주는, 한마디로 말하면 디지털 상조회사다. 보통 디지털 세탁업을 하는 업체들이 장의업도 같이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