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본격화되는 재계빅뱅] (중) 구조조정 급류 "연내 1차완결"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기아·아시아자동차문제가 가닥을 잡으면서 재계의 구조조정은 급류를 타고 있다. 5대그룹간 구조조정의 열쇠를 쥐고 있던 현대가 철도차량과 발전설비부문에서 대폭 양보하고 반도체부문도 협상속도가 빨라지고 있어 이제 한국산업계는 구조조정을 통한 대외경쟁력강화에 힘을 싣게 됐다. 물론 재계의 이같은 구조조정 가속화 움직임에는 정부의 강도높은 다그침이 적지않게 작용했지만 어쨌든 외자유치조건이 개선되고 있어 재계가 약속한대로 올해안에 1차구조조정이 일단락될 전망이다. 구조조정의 진척은 국내업체에 대한 대외신인도 제고는 물론 경영투명성 확보와 그동안 과잉투자에 따른 설비처리문제의 해결 등으로 우리 경제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강조한대로 내년부터 원기를 회복해 갈 것으로 보인다. 재계가 구조조정에 적극성을 보임에 따라 정부도 지원을 강화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우선 흩어져 있는 구조조정관련법을 하나로 묶어 한시적으로 구조조정특별법을 만들자는 전경련의 주장에 정부와 국회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어 한때 소원했던 정·재계간의 관계는 크게 개선돼가고 있는듯한 분위기다. 이런 점에서 22일 오후 전경련회관에서 열리는 제4차 정·재계 간담회에서는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경제활력회복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자의반 타의반」이었지만 재계의 구조조정작업은 기아차가 주인을 찾으면서 탄력이 붙으면서 전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표 참조 우선 자동차의 경우 기아를 인수하는 현대는 규모의 경제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그만큼 원가측면에서 힘을 얻게 된다. 현대는 중복되는 설비를 해외에 이전할 방침이어서 공급과잉에 따른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전망이다. 반도체의 경우 현대전자·LG반도체의 통합으로 세계 최대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에 이어 일본의 NEC를 따돌리고 일약 2위업체가 탄생하게 됐다.특히 통합사의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점유율(지난해말 기준)은 삼성전자(18.8%)와 엇비슷한 15.7%에 이르고 있어 국내 반도체 업계는 강력한 양대 산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대와 LG의 통합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국내 업계의 시장지배력을 더욱 공고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두회사는 경영권 주체를 가릴 외부평가기관 후보 2곳을 지난 16일 선정한 이후 처음으로 21일 임원급으로 구성된 실무협의를 갖고 평가항목과 항목별 가중치등 실사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철도차량부문은 현대정공·대우중공업·한진중공업 등 3사가 일원화에 합의함으로써 연간 매출 8,000억원(약 6억달러)의 대형 철차회사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적인 철차업체인 애드트랜스(스웨덴의 ABB와 독일 벤츠 합작사)의 40억달러, 프랑스 알스톰의 28억달러에 비해서는 아직 규모가 적지만 세계 5대시장으로 꼽히는 국내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따라서 그동안의 출혈경쟁을 피하면서 외국자본 도입을 통해 재무구조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발전설비부문도 한국중공업으로 일원화된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발전설비가 모두 한국중공업으로 넘어가게 됨으로써 국내 발전시장이 한중 독점체제가 구축되게 됐다. 한중은 발전설비 단일화로 연간 발전생산능력이 740만KW로 늘어난다. 이는 세계 시장점유율 측면에서는 미약하지만 민영화를 앞둔 한중의 몸 값을 크게 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채수종·권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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