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외국인·이주노동자 법률 사각지대 없앤다

14개 언어 전용 홈페이지 구축<br>통·번역인 교육 방식도 일원화

이주노동자인 A씨는 한국인 고용주로부터 밀린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고용주를 상대로 임금을 받기 위한 소송을 진행할까 고민하다가 포기했다. 한국 말이 서툰데다 국내 사법절차를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변호사를 구하더라도 승소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자칫 소송에서 지기라도 하면 힘들게 구한 일자리마저 뺏길 수 있었다.

대법원이 A씨와 같은 외국인과 한국 국적을 얻었지만 한국 말이 서툰 이주민 등 법률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전용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법정 통역인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국내 거주 외국인과 이주민이 급증하면서 사법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이 같은 내용의 외국인ㆍ이주민 사법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 2011년 12월 기준으로 외국인과 이주민의 수는 1,395만명으로 국내 전체 인구의 2.9%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사건에서 외국인 등이 소송당사자가 된 사건비율도 2005년 0.54%에서 2010년에 0.95%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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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외국인ㆍ이주민 소송이 증가하자 대법원은 영어ㆍ중국어ㆍ베트남어ㆍ인도네시아어 등 14개 언어로 볼 수 있는 전용 홈페이지를 구축했다. 외국인 등이 소송 진행에 앞서 전용 홈페이지에서 국내 사법절차를 확인하고 자국 언어로 안내된 각종 재판양식을 전자파일로 다운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법원은 재판 진행 과정에서 외국인과 이주민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법정 통역인에 대한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2009년 발간된 법정 통역인 편람이 영어ㆍ몽골어ㆍ중국어ㆍ스페인어ㆍ러시아어ㆍ베트남어ㆍ일본어 등 7개국 언어로만 발간돼 있다는 점을 감안해 다른 언어로도 편람을 만들 계획이다.

통ㆍ번역인에 대한 교육방식도 체계화할 방침이다. 그동안 통ㆍ번역인에 대한 교육은 각 법원별로 차이가 있는데다 내용도 조금씩 달랐다. 때문에 전국적으로 통일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통ㆍ번역인을 위한 교육 지침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교육 내용에는 통ㆍ번역의 전문성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법률소양교육과 통역인 소양교육, 통ㆍ번역의 공정성, 중립성 확보를 위한 윤리교육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교육의 발전을 위해서는 통ㆍ번역인 교육참가비 지급이 필요한데 현재 예산상 지원이 되지 않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국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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