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전 톨게이트에서 불과 10분여 거리에 위치한 대전 제4공단. 한솔제지, 세아특수강, 효성T&C등 대기업이 즐비한 이 공단 한 모서리에 래트론(대표 이충국)이 있다.
래트론에 들어가면 조그만 진열장 안에 작은 부스러기 같은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띤다.
크기가 가로 1㎜, 세로 0.5㎜에 불과해 일반인의 눈으로 볼 때는 작업과정에서 나오는 철조각 처럼 보이지만 이것이 바로 휴대폰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 부품중 하나인 칩 베리스터(varistor)다.
칩 베리스터란 전압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전기 저항이 급속히 떨어지는 성질을 이용해 정전기나 스파크를 흡수해 과전압 노이즈로부터 소자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것. 주로 휴대전화와 PDA, 노트북 등에 사용된다.
크기가 너무 작아 납품을 할 때도 콘테이너나 큰 트럭 대신 택배를 이용하기 때문에 운송비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
래트론은 바로 칩 베리스터를 주력상품으로 하는 기능성 소재개발 및 생산업체다.
특히 지난해에는 기존제품보다 가격은 절반 이상 줄이면서도 구동전압은 5.6V에서 3.3V로 낮춘 저전압용 제품을 처음으로 개발함으로써 이제는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생산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일약 주력상품의 자리를 꿰찬 것도 바로 이러한 특징 덕택이다.
이 회사의 또다른 주력제품은 에어컨용 센서에 부착돼 온도조절에 사용되는 NTC(Negative Temperature Coefficient) 서미스터(Thermistor). 온도가 올라가면 전기저항이 내려가는 원리를 이용해 온도변화를 측정하는 이 제품은 래트론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하기 전까지 일본에서 전량 수입됐다. 그러나 지금은 래트론이 국내시장을 70%까지 점유하며 시장 선도자로 나설 정도로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다.
새로운 제품군도 추가된다. 최근 개발한 고주파 노이즈 필터가 바로 그것.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한 이 제품을 회사측은 올해부터 상품화해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할 방침이다.
래트론의 지난해 매출액은 불과 30억원. 하지만 올해는 이러한 성과들을 바탕으로 세배에 가까운 80억원 이상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현재 월 2,500만개 수준인 칩베리스터와 서미스터를 월 5,000만개까지 확대하고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일괄 생산하는 등 이 분야에만 지난해 총매출액보다도 50% 이상 많은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래트론은 지난 98년 설립된 세라믹 기술을 기반으로 기능성 소재를 전문 개발하는 업체로 지난해말 현재 특허 11건, 실용신안 3건 등의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는 우수 기업이다.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2000년말에는 KTB네트워크로부터 3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2001년에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기술혁신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인터뷰] 이충국 래트론 사장
"광통신 부품에 연구개발 주력"
"올해는 신제품, 특히 고주파 노이즈필터가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하며 기존 제품도 생산확대를 할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연내 20억원 가량의 신규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래트론 이충국 사장(43)은 증설을 위해 먼저 현재 연건평 530평 규모의 건물을 증축, 800평까지 확대해 충분한 공간확보부터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다.
세계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기술개발이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에 연구개발 투자도 대폭 늘릴 방침이다.
"올해 연구개발 투자액은 지난해보다는 2억원 정도 늘고 올해 총매출목표액에 비하면 10%를 훨씬 넘는 10억원 대에 이를 전망입니다. 이를 통해 광통신 부속부품 등 현재 준비중인 신제품 개발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이사장이 이처럼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은 소재부품 자체가 선진국형 산업이라는 점 때문이다.
"소재부품은 그 기술적 노하우 때문에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에서 쉽게 따라올 수 있는 분야가 아닙니다. 대신 국내기술수준은 선진국과 거의 대등한 위치에 올라서 있습니다.
특히 세라믹 소재부품의 경우에는 충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사장은 앞으로 순수한 고유기술을 기반으로 하되 센서 개발을 핵심기술로, 안전진단 기술을 장기 계획으로 하는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세라믹 소재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송영규기자 sko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