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산은금융-두산 두터운 인연의 끈

산은, 밥캣 인수 지원·영구채 발행 주관사 이어<br>이번엔 두산캐피탈 매각 백기사 참여 찰떡궁합

강만수(왼쪽 세번째) 산은금융지주 회장과 박용만(〃네번재) 두산그룹 회장이 지난 10월5일 열린 두산인프라코어의 영구채권 발행 서명식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산은금융은 최근 두산 측의 백기사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경제DB

금융회사와 기업은 서로 상부상조하면서 함께 성장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서로의 이해에 따라 갈라서고 다툼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기업이 어려울 때 금융회사는 냉정하게 손을 뿌리치고는 한다. '비 올 때 우산 뺏는다'는 속설도 그 때문에 나왔다.

그런데 이를 비웃듯 산은금융그룹과 두산그룹은 유독 '찰떡궁합'을 자랑해 금융권과 재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산은이 두산의 '백기사'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두 기업의 인연의 끈은 두텁게 형성되고 있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두산캐피탈을 산은캐피탈에 매각하기 위해 산은금융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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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연말까지 두산캐피탈을 매각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 계열사 지분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0년 두산에 금융 자회사 지분 처분 유예기간을 연말까지로 연장해줬다. 두산은 두산인프라코어의 건설장비 판매를 위해서는 금융을 제공하는 두산캐피탈이 필요하지만 국내 법 준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팔아야 하는 입장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캐피털 사업을 강화하려는 산은과 법을 지키기 위해 캐피털을 팔아야 하는 두산의 사정이 맞아 떨어졌다"며 "서로에게 백기사가 돼 줄 수 있는 상황이 절묘하게 연출됐다"고 말했다.

산은은 최근 논란이 됐던 두산의 영구채 발행에서도 지원군 역할을 했다. 산업은 두산의 영구채 발행주관사로 참여해 40%가량을 직접 투자하고 우리∙하나∙씨티은행의 참여도 이끌어냈다. 영구채 발행 금융자문은행으로 선정돼 두산에 법적요건 검토 등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금융위원회가 영구채 인정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자 즉각 자료를 내 "두산인프라코어는 국제회계기준과 법적 절차에 따라 영구채 발행을 진행해왔다"며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두 회사의 끈끈한 인연은 두산이 2007년 세계적인 건설기계 업체 밥캣을 인수할 때도 발휘됐다. 당시 산업은행은 국내외 12개 은행으로 구성된 대주단을 구성해 29억달러의 실탄을 지원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밥캣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자 두산에 유동성 위기가 찾아왔다. 밥캣 인수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 부은데다 두산건설을 중심으로 계열사들의 실적이 나빠진 것이다.

위기를 맞은 두산의 백기사로 산은이 또 나섰다. 두산에 계열사 매각 등 구조조정을 유도해 위기를 넘기도록 하고 대주단을 설득해 리파이낸싱을 성사시킨 것. 산은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차입금 상환을 위해 발행한 3억5,000만달러의 글로벌 본드에 직접 보증을 서기도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산은은 기업금융 전문가 집단으로 기업 속성을 잘 알고 있다"며 "두산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지원군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볼 때면 부러움마저 든다"고 말했다.


김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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