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추진중인 각종 지역주민생활과 밀접한 조례 제·개정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조례 개정이 정치적 이해와 관련된 탓에 지자체와 의회, 시민단체 등이 표심을 고려해 찬반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부 지자체는 추진중인 대형사업이 선심성 사업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을까 우려해 선거 이후로 미루는 사례도 벌어지고 있다.
29일 충남 천안시에 따르면 시민단체인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은 "천안시가 정책실효나 효과성이 확인되지 않은 출생축하금 지원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부적절해 선심성 사업으로 비칠 수 있다"며 반대의견서를 제출했다.
시는 출생률을 높이고 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둘째 아이 출산시 30만원의 축하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천안시 출산장려 및 지원에 관한 개정 조례안'을 입법예고중으로 5월 12일까지 기관·단체, 개인의 의견을 들어본 뒤 의회의결을 거쳐 시행할 예정이다.
천안시는 이번 조례 개정을 통해 둘째 아이 출산장려금 30만원을 지원하고 셋째 아이 출생시 축하금을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이번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연간 예산소요액이 셋째아이 지원금은 기존 6억5,000만원에서 9억5,000만원으로 확대되고 둘째아이 지원금은 7억5,000만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선거를 앞둔 선심성 정책이라며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충남 부여군 농민들이 최초로 주민발의한 '부여군 농축산물 최저가격 지원에 관한 조례안'의 의회 통과여부도 미지수다. 농민 2,226명의 서명을 받아 부여군 농민회장이 대표 발의한 이 조례안은 부여군에서 생산되는 주요 농축산물인 쌀과 한우, 굿뜨래 8미 중 밤을 제외한 7개 농작물에 대해 가격폭락시 최저가격과의 차액을 보장하고 이를 위해 2021년까지 기금 100억원을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상인 등 지역주민들은 "부여군에는 55억원 규모의 농업발전기금이 조성돼 있고 올해부터는 매년 10억원씩 무이자 장기융자까지 실시되고 있어 중복지원"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부여군의회는 낙선운동까지 벌이겠다는 농민회의 강경입장에 밀려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선거 이후로 미루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검토중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6·4지방선거 공통 공약으로 내놓은 생활임금제도 도입도 논란거리다. 경기도는 도의회가 지난 15일에 의결한 '경기도 생활임금 지원 조례안'에 대해 이날 재의(再議)를 요구했다. 조례안은 도지사가 공무원보수 규정과 지방공무원 보수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소속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을 결정하는 경우에 생활임금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도는 재의요구서에서 "조례안이 도지사의 고유권한을 침해하고 있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도의회 다수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달 중순 임시회 본회의에서 새누리당이 불참한 가운데 생활임금 조례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현재 경기도지사인 김문수 지사는 새누리당 소속이다.
지자체가 추진중인 대형사업도 선거 이후로 밀리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경남도는 당초 5월 8일 계획했던 20세기 폭스사와의 진해 웅동 글로벌테마파크 조성 양해각서(MOU) 체결을 지방선거 이후로 연기한다고 이날 밝혔다. 도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MOU를 체결함으로써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진해 웅동 글로벌 테마파크는 대규모 공원, 6성급 호텔, 카지노, 18홀 골프장, 폭스 영화관, 수상스포츠 시설 등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35억달러가 투자된다. 경남도는 미국 폭스사와의 최종 MOU 체결을 위해 6·4 지방선거 직후 도지사가 협상단을 직접 이끌고 미국 폭스사를 방문해 투자협약을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대형 투자유치사업과 관련해 선거를 앞두고 MOU를 체결하게 될 경우 오해의 소지가 있어 당초 계획을 변경하게 됐다"며 "그렇다고 진해 웅동 글로벌테마파크 조성사업이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 아니어서 선거 이후 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 창원=황상욱기자 soo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