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조만간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할 것으로 알려져 7월 이후 3개월간 공전된 북핵 6자회담이 다시 본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10일 서울 세종로 종합청사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 정부 내 검토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등 관련국과의 협의를 진행하는 등 검증의정서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가 진행 중에 있다"면서 "조만간 미국 정부 내부에서 결정이 있고 또 관련국들 간에 협의가 끝나 공식입장이 결정되는 대로 설명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9일 아침 나카소네 히로부미 일본 외무장관과 통화를 갖고 잠시 협의를 했으며,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힐 차관보와 최근까지도 몇 차례 전화협의를 했다"면서 "가급적 빠른 시일내 6자 회담의 개최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해 조만간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유 장관은 또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팀의 영변 핵시설 접근을 불허하고 있다는 소식과 관련, "이런 것은 현 상황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책임 있고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을 북한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은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1∼3일) 협상에서 그동안 양측이 이견을 보였던 북핵 프로그램 신고서 검증 방안에 대해 의견 조율에 성공,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이 협상안을 보고 받고 사실상 긍정적인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시 대통령은 행정부 내 강경 세력의 반발과 자국인 납치자 문제를 거론하며 반대 의사를 표시해온 일본을 의식해 테러 지원국 해제 시기 및 발표 날짜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이 조만간 북미간 합의안을 공식 승인하면 북핵 6자회담 수순이 빠르게 재개될 전망이다. 우선 북한은 조만간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에 핵 검증의정서를 제출하고, 이어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 조치를 발효하면 북한은 지난 8월말부터 재가동 의사를 밝혀온 영변 핵 시설의 불능화 작업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북한의 핵 검증 이행 계획서를 공식 추인하기 위해 6자 수석대표회동이 열리는 수순이 이어진다. 지난 7월 12일 이후 중단됐던 6자회담의 프로세스가 90여일 만에 재가동되는 것이다.
북핵 문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자국인 납치자 문제가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에 마땅치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일본이 북미간 검증 합의안에 강력하게 반발할 경우 6자 회담은 불완전한 새 출발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