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담금 정비 시급하다(사설)

전국경제인 연합회가 기업 부담금에 대한 저항에 나섰다. 전경련이 「부담금 관리 기본법」(가칭) 제정을 정부에 요청한 것은 정부의 그릇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 대한 기업들의 반발이다.부담금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특정의 공익사업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국민, 혹은 기업에 대하여 부과하는 조세외의 「금전지급의무」이다. 이 「금전지급의무」가운데 부담금·분담금·예치금 등의 명목으로 정부가 기업과 국민에게 부과하고 있는 준조세성격의 「부담금」은 현재 51종(전경련 파악)에 달한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에서 부과하는 부담금을 포함하면 그 종류는 엄청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부담금은 지난 80년대까지만 해도 직업훈련분담금·대체농지조성비 등 몇종류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90년대 들어 환경오염·교통난 등의 원인제공 및 특정행위로 수익을 얻는 주체에 사회적 비용을 부담시킨다는 취지하에 급증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94년이후 3년간 정부예산에 나타난 부담금규모는 고용보험제도 도입 등으로 연평균 85·1%씩 격증하는 추세다. 올 예산에 잡혀있는 28종의 부담금 총액만 하더라도 4조9천3백24억원에 달하며 이밖의 부담금과 지자체분을 포함하면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부담금이 이처럼 늘어나게된 요인 가운데 하나는 행정관청이 각종 부담금을 손쉬운 재원조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세금과는 달리 재원의 사용처나 적정규모에 대한 엄격한 통제와 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관할 행정관청에 많은 재량권이 허용돼 있는 탓도 있다. 따라서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거나 성격이 유사한 부담금은 전경련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합리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부담금 문제는 그동안 기업과 각종 민간단체들로부터 여러차례에 걸쳐 정비 필요성이 지적돼 왔다. 투명성이 없는 부담금은 기업부담을 초래해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이 지워져 시장 기능을 왜곡시킨다. 이번에 전경련이 또다시 정부에 정비를 요청하게 된 배경에는 경제위기를 맞아 기업의 활성화와 경쟁력 강화라는 차원에서 제기된 것으로 부담금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부담금 정비와 관련, 부담금이 조세처럼 기업은 물론 국민에게 부담을 준다는 점에서 민간인을 참여시킨 심의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또 관리법을 제정, 부담금의 신설은 이 법에 의해서만 가능토록 하고 정기적으로 부담금의 존폐를 점검하는 「일몰규정」도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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