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구상회화가 발달한 편이지만 이두식의 추상표현주의는 심상을 동양적으로 이해하고 보여주는 것이라 자연스럽게 중국인의 마음을 파고듭니다. 중국과 다른 점은 색의 농담ㆍ강약을 분명하게 다룰 줄 아는 세련된 표현과 그 안에 담긴 세밀한 감정인데 이로 인해 중국 미술계는 더욱 신선한 느낌으로 주목합니다. " 중국의 원로화가인 장첸지위에 중국유화학회 위원장은 11일 베이징 중국미술관에서 개막한 한국화가 이두식(64ㆍ사진)의 개인전을 차분히 돌아본 후 이렇게 말했다. 언어를 초월한 예술의 힘이 중국인의 심금을 울린다는 평가다. 한ㆍ중 수교 19주년을 기념해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와 한국문화교류재단이 공동 기획전으로부산비엔날레 운영위원장이자 홍익대 교수인 이두식의 개인전을 마련했다. 개막식에서 만난 이 교수는 "이곳 베이징 중국미술관은 우리나라로 치면 국립현대미술관에 해당하고 초대전을 위한 심사가 엄격해 중국 미술가들에게는 '꿈의 전시장'인데 개인전을 열게 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전시 주제는 '심상, 풍경, 축제'로 폭 5m의 대작을 비롯한 신작과 오방색을 사용한 대표작 등 총 19점이 걸렸다. 이 교수와 중국미술관의 인연은 2003년 열린 제1회 베이징비엔날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술관은 외국작가의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이두식의 출품작을 사들였다. 중국 현지작가들에게는 정부가 운영하는 이 미술관의 소장 여부가 작품 가격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에 이례적인 작품 소장은 양국에서 화제가 됐다. 전시장 초입에는 강렬한 한국적 오방색을 사용한 '축제' 연작과 서예적 필치를 보여주는 듯한 문자추상 작업 등 대표작이 소개됐다. 오방색 중에서도 강렬한 빨강과 노랑이 두드러지는 그의 작품은 현지 관람객들을 쉽게 사로잡았다. 상형문자에서 착안한 문자추상 역시 중국인들에게는 '서예'라는 공통분모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화려한 색이 트레이드 마크인 이 교수지만 이번 전시의 백미는 수묵에서 영감을 받아 과감하게 색을 뺀 '심상'과 '풍경' 시리즈다. 2009년부터 시도해 이번에 본격적으로 선보인 것으로 색조는 차분해졌지만 특유의 역동성은 그대로다. "한국적인 오방색을 사용하다 색을 빼버리면 '한국성'을 놓치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수묵의 정서 또한 우리 것"이라는 그는 "기름진 유성(油性)이 담백한 수성(水性)으로 바뀐 듯 요즘은 수묵이 자꾸 좋아진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서양화가지만 평생 동양화용 모필로 작업했다. 선의 속도감이 살아있는 동양적 붓질을 중시해 온 그로서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변화인지도 모른다. 이 교수는 2008년 선양의 루쉰미술대 명예교수로 임명됐으며 상하이 시 정부로부터 10년간 무상으로 작업실을 제공받고 있다. 2009년 베이징 금일(今日)미술관 개인전, 지난해 랴오닝성의 한중 미술교류 공로상 수상 등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이탈리아 로마 플라민토(Flaminto) 지하철역의 모자이크 벽화도 그가 97년에 제작한 것이며 미국 지미카터재단 등 세계 각지에 그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