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식품업체 울고 GMO기업 웃고

■ 글로벌 작황 악화 희비<br>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순이익 뚝<br>가뭄덕에 수요 늘어 실적 승승장구


56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으로 미국의 곡물 작황이 급격히 악화하는 가운데 관련기업들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원재료 값이 오른 글로벌 식품업체들은 울상을 짓는 반면 식량난의 수혜기업으로 꼽히는 몬산토 등 유전자조작(GMO) 농산물 업체는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

당장 타격을 받은 곳은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부담이 커진 글로벌 식품 제조ㆍ가공업체들이다. 최근 미국 최대 육류 가공업체인 타이슨푸드는 옥수수 가격상승 등으로 3ㆍ4분기(4~6월) 순이익이 61% 하락했다고 밝혔다. 연간 매출액 전망치도 당초 제시한 340억달러에서 330억달러로 10억달러 하향 조정했다.


세계적 식품 제조업체인 네슬레와 크래프트푸드 등은 "옥수수 등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은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경고하며 소비자에 대한 비용전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농기계업체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세계 최대 트랙터 제조업체인 존디어는 15일(현지시간) 흑해 인근의 가뭄으로 유럽에서의 수요가 감소하며 3ㆍ4분기(4~6월) 매출액 성장률이 당초 목표치보다 9%포인트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또 가뭄으로 농장들이 평년에 비해 이른 수확에 나섰지만 공장에서 추수ㆍ탈곡기 신제품 생산이 지연되며 제품을 제때 공급하지 못해 주문취소 사태가 벌어진 것도 실적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실적악화 우려로 이날 존디어 주가는 6.3% 폭락했다.


그러나 존디어는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농산물 가격이 오를 경우 농장주들이 농기계에 대한 신규 투자에 나서 향후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며 가뭄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를 부각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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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종자 및 GMO 농산물업체인 몬산토 역시 가뭄 소식을 반기는 대표적 기업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농무부로부터 처음으로 가뭄에 강한 GMO 곡물재배 허가를 받은 몬산토는 올해 찾아온 반세기 만의 최악의 가뭄 덕에 주가와 실적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또 곡물 가격이 오르면서 내년 농장들이 옥수수 경작을 늘릴 것으로 관측돼 전망도 밝다.

이 영향으로 몬산토 주가는 올 들어 24% 상승했으며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내년 몬산토의 주당순이익 전망치를 앞서 제시한 4.07달러에서 4.31달러로 5.9% 상향 조정했다.

몬산토의 경쟁업체인 듀폰은 지난해 '아쿠아맥스'라는 GMO 옥수수 8종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 17종을 추가로 내놓았으며 이 종자가 옥수수 생산량을 7%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전세계 곡물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카길ㆍADMㆍLDCㆍ벙기 등 4대 곡물 메이저 업체들도 대외적으로는 작황부진을 우려하지만 속으로는 미소를 짓고 있다.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곡물시장이 활황을 보이자 중소형 곡물업체들을 대거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우고 있는 것. 시카고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컨소시엄(AGC)에 따르면 지난해 북미지역 곡물 관련 기업 인수합병(M&A)은 42건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19건)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5월까지의 M&A도 26건에 달했다.

한편 미국의 가뭄에 더해 세계 2위 옥수수 수입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에서 심각한 병충해가 발생해 국제 옥수수 가격은 앞으로 더욱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보도했다. 중국 농무부에 따르면 10년 만의 최악의 병충해로 전체 옥수수 경작지의 10%가 피해를 입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병충해로 중국의 옥수수 수확량이 400만톤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중국 내 전체 생산량의 2%에 해당한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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