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설 경기 현장을 가다…'온도차' 뚜렷

백화점·할인점 "설 분위기 `확' 살아났다"<br>재래시장 "대목 맞아…여전히 '남의 일'"

"지난해 말부터 소비세가 살아나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 설도 분위기가 괜찮은 것 같습니다"(백화점, 할인점) "어디요. 지난해만도 못한 것 같은데..."(재래시장) ◇ 할인점.백화점은 `즐거운 비명' = 설을 일주일 앞둔 22일 저녁 7시 용산역이마트. 매장은 각 제조업체가 설 선물세트 판매코너에 투입한 개량한복 차림의 판촉 도우미들의 호객 행위로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카트와 카트가 매장 사이를 오가다 자주 부딪힐 정도로 고객들도 북적거리는 편이었다. 평소처럼 1주일치 장을 한꺼번에 보려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으나 간간이 설선물을 구입하기 위해 매장 직원들과 상담하는 고객들도 눈에 띄었다. 우리차 모듬세트를 판매하고 있는 한 직원은 "웰빙 바람 때문인지 우리차를 선물용으로 구매하는 손님들이 많다"면서 "한세트에 1만9천800원인데 두세트를 사면 3만5천원이기에 두세트를 사가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전했다. 비누, 샴푸 등 생활용품 선물을 취급하는 다른 직원은 "오늘은 어제(21일) 보다는 손님이 많지만 아직 기대만큼은 아니다"면서도 "통상 평일 기업들의 단체구매 상담이 많다고 하니 23-25일께 판매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마트는 실제로 설 선물세트 물량을 지난해에 비해 20% 늘린 채 특수를 기대하고 있는 가운데 용산점의 경우에도 다른 점과 마찬가지로 3만원 이상 물품에 대해서는 무료 택배 서비스에 나서는 등 판촉에 열을 열리고 있었다. 용산점 단체선물 상담코너측은 특히 "갈비와 정육을 섞은 10만원대 안팎의 제품에 대한 상담이 가장 많다"고 귀띔했다. 같은 날 밤 9시를 막 넘긴 시각 롯데마트 서울역점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설 선물세트 특설코너가 매장 곳곳에 자리한 가운데 "9천900원부터 3만9천900원까지골고루 준비돼 있습니다. 보고 가세요"라는 판촉 도우미들의 호객 행위가 이어졌다. 생활용품 선물세트 코너를 맡은 한 직원은 "어제, 오늘같은 주말에는 한두개 사가는 개별 손님들이 많지만 평일에는 기업들의 대량구매 주문이 많다"고 전했다. 롯데마트 남창희 마케팅실장은 "지난해에 비해 20-30% 선물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본다"며 "작년 설에는 저가 위주의 선물 세트에 치중한 반면 올해에는 저가와 함께 웰빙, 고급화 선물도 늘렸다"고 말했다. 21일 오후 현대백화점 목동점 상품권 코너에도 상품권을 사려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신년 세일과 겹쳐 연장영업에 들어간 롯데백화점 본점 각 선물코너에도가격대와 배송 조건 등을 물으면서 물건을 고르는 손님들이 부쩍 늘어났다. 다만 현대백화점 목동점을 찾은 회사원 오민경(28) 씨는 "선물을 사려고 왔는데친환경 제품이라고 하지만 사과 10개에 5만-6만원이라니 너무 비싸서 포기하고 할인점으로 가기로 했다"고 말해 중간층의 선물 구매행태를 엿보게 했다. ◇ 재래시장은 `손님은 늘었지만..' = 중부시장 대일상회 송재엽사장은 "백화점과할인점은 장사가 잘 된다고 하는데 재래시장은 평소보다야 좋지만 작년 설에 비하면 손님수 면에서나 매출 면에서나 모두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송 사장은 나아가 "예전에는 설 선물로 10만원대 굴비가 잘 나갔는데 요즘에는5만원, 7만원 짜리 등 10만원 이하가 주로 나간다"고 덧붙였다. 남대문시장의 한 상인도 "사람은 많은데 사지는 않는다"면서 "겨울 날씨가 추워서 옷이 좀 팔렸지만 이제는 명절이라고 옷을 사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 설이라고 해서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경동시장에서 건어물 도매업을 하는 대한물산의 한 직원은 "경동시장 소매업체들에 물건을 대는데 작년 설 보다 못하다"고 전하고 "할인점에 점점 밀리는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지난해 환경 개선을 마친 신림시장측 관계자는 "환경개선 때문에 손님이 작년 설에 비하면 20-30% 늘어나는 등 생기를 띄고 있다"고 여타 재래시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재래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의 전언은 민간소비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이것이 곧바로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백화점, 할인점 등 체계화한 유통업체들의 `즐거운비명'이 재래시장에는 `남의 일' 같다는 뜻으로 들린다. ◇ "선물 판매실적 확실히 늘었다" = 먹거리 선물세트를 양산하는 CJ가 설 선물세트 누적 매출이 22일 현재 640억원으로 이미 작년 설 매출(560억원)을 넘겼으며이번 설에 목표치 대비 110%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여러 정황은 민간소비회복세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방증'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특히 CJ측은 "올리브유 선물세트는 매출 125억원으로 이미 목표치를 초과했고특히 0.5ℓ 들이 올리브유 2개가 든 1만원 상당 제품은 단체 선물로 인기를 끌면서미리 생산해둔 17만여개가 모두 팔려나갔다"며 내수회복을 그 주요인으로 꼽았다. 또 신세계 관계자가 최근 설 판촉을 기획하면서 "소비 양극화와 맞물린 선물 가격대 양극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심리 회복이 가시화하면서 중간계층 소비가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한 것이나 주요 백화점, 할인점들이 중간층을 겨냥한 설선물 물량을 대폭 늘린 것도 모두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읽혀지고 있다. 인터넷쇼핑몰 롯데닷컴(www.lotte.com)은 설 대목이 본격화한 지난 주말의 매출이 전주말보다 50% 늘었고, 지난해 설과 비교해서도 20% 안팎 늘어나는 등 인터넷몰들도 전반적으로 설 특수를 구가하고 있다. 택배업체들의 바빠진 일손도 설 대목에 `파란불'이 켜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한통운은 설 열흘 전 물량을 비교할 때 각각 2004년 170만 박스, 작년 237만 박스였지만 올해는 320만 박스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현대택배도 작년 설 시즌 하루 최고 물량이 36만4천박스였지만 올해는 1일 최고물량이 50만 박스를 거뜬히 넘어서고 있다. 현대택배는 이에 따라 1천여대 차량 추가 투입, 터미널 물품 분류인력 60% 증원 등 막바지 `배송전쟁'에 진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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