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과학기술자상 6월 수상자로 선정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물과학과 김선창 교수는 인공균주 개발에 있어 세계적 권위자다.
김 교수는 포스트 지놈시대의 핵심기술인 유전체 조작기술을 이용, 새로운 기능을 갖는 미생물을 단시간에 대량 제조할 수 있는 이른바 `맞춤 인공균주 제조기술`을 세계적으로 선도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하게 됐다.
◇왜 인공균주인가= 지금까지 과학계는 유용한 신물질 및 신의약 제품 개발을 위해 인간은 물론 동식물 및 미생물 유전체 연구를 수행해 왔다. 질병없는 완벽한 인간을 만들거나 원하는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생명체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러나 질병없이 건강하게 장수할수 있는 인간을 만드는 일은 이론적으로만 가능하고 실현성이 아직 희박하다. 반면 새로운 특징적인 기능을 갖는 생물체를 만드는 일은 가능하다.
그중에서도 산업용 인공균주의 개발은 이론적으로나 기술적으로도 실현성이 높고 산업화에 직접 적용할 수 있어 생물공학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연구 분야로 꼽히고 있다.
◇단시간내 수백종 균주 생산기술 개발= 김 교수가 개발한 기술은 가장 효과적으로 원하는 산업용 균주를 단시간 내에 수백종 만들어내고 새로운 종의 미생물을 정확하게 설계하여 구축할 수 있게 해준다. 미생물을 이용한 기존 방법이 생산성 증대에 한계가 있고 현재 사용되고 있는 균주들이 생장에 불필요한 물질을 만드는 수많은 유전자를 갖고 있어 과도한 에너지소모 등으로 효율이 떨어짐을 인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꾸준히 모색해 온 결과다.
실제로 김 교수는 자체 개발한 유전체 조작기술을 이용, 대장균이 보유하고 있는 4,300여개로 추정되는 유전자 가운데 22%에 해당되는 943개의 유전자가 제거된 대장균을 단기간에 대량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그동안 이론적으로만 제시됐던 최소 유전체를 지닌 생물이 실제로 제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실험을 통해 밝혀낸 것이다.
김 교수의 이러한 연구결과는 생명공학산업에 있어 생산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것 은 물론 의약품 생산공정에서의 분리 및 정제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등 다양한 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해 10월 네이처 바이오테크날러지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으며 7건의 국내외 특허를 획득 또는 출원했다.
◇미ㆍ일과 공동벤처 설립 추진= 이미 인공균주 분야에서 김 교수는 세계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 위스콘신대의 미생물 유전체센터장인 프레드 블레트너교수와 김 교수가 경쟁을 하고 있었으나 아이디어와 기술력에서 김 교수가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다. 이미 블레트너 교수가 김 교수에게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산업화에 대한 제의도 꾸준히 받고 있다. 특히 블레트너 박사와 일본의 기업, 아지노모토와의 공동벤처 설립 제의가 가장 구체적인데 KAIST측은 오는 11월 미국측 협상단의 방문을 계기로 구체적인 계획을 담은 협정을 체결할 계획이다.
[김선창 교수 인터뷰] "연구 조건보다 의지ㆍ열정이 중요"
“인공 생명체를 만드는 작업은 선진국들이 확보한 유전체 정보를 역으로 이용해 막대한 연구비를 줄이고 창의적 아이디어와 고도의 수작업을 통해 우리가 앞서 갈 수 있는 유일한 분야중의 하나입니다”
김선창 교수는 인공 생명체의 일종인 인공균주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간 지놈 프로젝트 등 그동안 유전체 연구분야에서 선진국의 막대한 연구비와 기술력에 밀려 항상 뒤만 쫓아가는 연구를 수행했는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분야중 하나가 인공균주 개발 연구분야”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그래서 김 교수는 연구개발의 속도를 조금도 늦출 수 없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대장균 유전체의 25%에 해당하는 1,000여개의 불필요한 유전자를 제거했습니다. 이들 변이 균주들과 이를 이용해 제조한 수백여종의 새로운 균주들을 전세계 생명과학자들에게 배포할 예정입니다”
생물공학 기초연구 자료로 활용하는 한편 최소 유전체의 개발과 이를 이용, 인간이 원하는, 목적에 부합하는 인공 미생물의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인적ㆍ물적 자원을 풍부하게 지원 받고 있는 선진국 연구팀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는 길은 계속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보다 집중적이고 효율적으로 실험을 진행해 나가는 것인데 힘든 실험을 싫어하고 좋은 연구인력 확보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교수는 “조건 보다는 의지와 열정이 더 중요하다”며 “앞으로 국제 연구자들과 연계를 강화해 연구의 시너지를 더욱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선창 교수 약력)
▲56년 출생
▲79년 서울대 식품공학과
▲85년 미 위스콘신대 분자유전학 박사
▲85~91년 미 위스콘신 의대 암연구센터 책임연구원
▲92년 한국과학기술원 생물과학과 조교수
▲98년~한국과학기술원 생물과학과 교수
▲2001년 대한민국 농업과학기술상
<조충제기자 cjch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