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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좇다가 쪽박… 개인 투자자 피해 막기
투기로 피해 커지자 증거금률 2%→5%로 높여9월부터…거래 중개 선물회사 감독도 강화키로
정영현기자 yhchung@sed.co.kr
정부 당국이 개인 투자자들의 투기성 FX(외환) 마진거래를 억제하기 위해 레버리지(부채차입) 허용 범위를 증거금의 50배에서 20배 이내로 축소한다. 아울러 FX 마진거래를 중개하는 선물회사에 대한 관리ㆍ감독도 강화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6일 투기적인 FX 마진거래에 따른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의 'FX 마진거래 제도개선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 당국은 오는 9월부터 FX 마진거래의 증거금률을 현행 2%에서 5%로 상향 조정한다. 이에 따라 지금은 10만달러어치를 거래하려면 2,000달러만 있으면 되지만 9월부터는 5,000달러를 증거금으로 넣어야 한다. FX 마진거래란 달러ㆍ유로화, 달러ㆍ엔화 등의 환율차이(스프레드)를 이용해 수익을 추구하는 초고위험 투자수단이다. 원화는 거래외환에 포함되지 않는다.
금융 당국이 FX 마진거래의 레버리지를 크게 축소하기로 한 것은 지나치게 높은 레버리지를 활용, 투기적 거래에 나서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피해 규모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국내에서 FX 마진거래가 시작됐지만 거래실적은 2007년 상반기만 해도 7만3,921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에는 108만건으로 급증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226만건으로 뛰어올랐다. 거래대금은 2007년 55조9,274억원에서 2008년에는 418조7,595억원으로 확대됐고 올 들어서는 5월까지 이미 357조7,241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시장 규모 확대와 함께 개인들의 투자손실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FX 마진거래에서 개인투자자의 비중은 무려 99%에 달한다. 최근에는 외환이나 세계 경제 동향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지 않은 직장인이나 대학생ㆍ주부까지 거래에 뛰어들고 있다.
거래 대상 및 방식이 단순하고 증거금률이 2%에 불과해 "소액투자로 떼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전세계 외환시장이 일정한 시차를 두고 24시간 내내 열리기 때문에 투자시간에 제약이 없다는 것도 또 다른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FX 마진거래는 레버리지가 워낙 높기 때문에 환율 방향을 잘못 예측하면 '아차' 하는 사이에 투자금액을 모두 날릴 수 있다. 개인투자자의 FX 마진거래 투자손실 규모는 2007년 118억원에서 지난해에는 489억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올 들어 5월까지의 누적 손실금액도 449억원에 달한다.
더욱이 FX 마진거래시장은 로스컷(Loss-Cut)제도를 운영하기 때문에 증거금이 1%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반대매매에 들어간다. 현재 전체 계좌의 70% 정도가 15일 이내 강제 반대매매가 행사되고 있다. 불과 3일 이내에 반대매매가 이뤄진 경우도 40%가 넘는다.
금융 당국이 FX 마진거래시장에 대해 관리ㆍ감독을 소홀히 하는 사이에 여러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국내 투자중개업자를 경유해 FX 마진거래에 참여해야 하나 일부 투자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불법 투자방을 통해 알게 된 해외 선물업자를 통해 거래에 나서고 있다.
이는 자본시장법 및 외국환거래법상 명백한 불법이며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박은준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감원의 이번 조치로 FX 마진거래의 과열을 어느 정도 식힐 수 있겠지만 조만간 대형 증권사들도 FX 마진거래 중개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성장성이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50배 먹을수 있다" 에 솔깃… 순식간에 투자원금 모두 잃어
■ 개인 투자자 손실 사례
▦투자금 : 2,000달러(최소 증거금)
▦50배의 레버리지 이용해 10만달러로 EUR/USD 1계약을 1.3983에 매수
▦달러화 강세로 EUR/USD 1.3883으로 하락
▦손실금=10만달러(=2,000달러×레버리지 50배)×0.01=1,000달러
개인투자자 김모씨는 지난달 2,000달러를 들고 FX마진거래에 뛰어들었다가 순식간에 투자원금 가운데 절반을 날렸다. 김씨는 소액의 투자금으로 단기간에 '대박'을 칠 수 있다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져 선물회사에서 계좌를 개설했고 무려 50배에 달하는 레버리지를 일으켜 10만달러 상당의 유로/미국달러(EUR/USD) 1계약을 1.3983에 매수했다.
하지만 유로/미국달러는 김씨의 기대와 달리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1.3883으로 떨어졌고 김씨의 계좌에서는 한번에 1,000달러가 사라졌다.
게다가 김씨는 손실 만회를 위해 투자금을 더 늘리고 하루에 5번 정도씩 계속 주문을 냈다. 하지만 이에 따른 거래수수료만 매일 130달러씩 발생했으며 결국 김씨는 투자금을 모두 잃어버린 후 FX마진 거래를 포기했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FX마진거래 투자자의 90% 이상이 손실을 보고 있으며 추가 입금을 감안하더라도 3개월 이내에 원금 전액을 잃어버리는 투자자가 전체의 6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