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유로화 급락 기축통화 '흔들'

츨범이후 20% 이상 내리막유로화가 25일 사상 처음으로 0.92달러선을 무너뜨리고 폭락, 지난해 1월 출범한 이후 유로화 가치가 20% 이상 하락했다. 이에 따라 유로화가 미국 달러화, 일본 엔화와 함께 세계 3대 기축통화로서의 위상을 유지해 나가기는 사실상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유로화는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한때 1유로당 0.9162달러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가 0.9208달러로 장을 마쳤다. 지난 20일 뉴욕시장에서 장중 한때 유로당 0.9355달러까지 떨어진지 1주일도 채 안돼서 사상 최저치를 경신한 셈. 이로써 유로화는 지난해 1월 유로당 1.1665 달러로 출범한 이후 21% 이상 가치가 떨어졌다. 유로는 26일 도쿄 외환시장에서도 한때 1유로당 0.9708엔으로 거래돼, 엔화 대비 최저 수준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이같은 유로화 폭락세에 밀려 오는 27일 정책이사회에서 0.25%포인트 가량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으나, 이미 미끄럼을 탄 유로화를 끌어올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가뜩이나 힘이 없던 유로화가 최근들어 한층 약세로 빠져드는 것은 유로화에 대한 신뢰가 급속히 약화되고 있기 때문. 외환 딜러들은 최근 덴마크가 유로화 가입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점이나 유럽연합(EU) 고위 관계자들이 유로 가치 회복을 위해선 근본적인 구조를 뜯어고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점 등이 부진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5일 열린 선진 7개국(G7) 회담에서 유로화 지지에 관한 언급이 빠진 것도 시장의 실망을 부추긴 요인 중 하나다. 게다가 오는 27일 발표될 미국의 1·4분기 GDP 성장률이 7%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등 미 경제가 여전히 초호황을 누리고 있어 유로화 가치가 회복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같은 날 ECB 정책이사회에서 금리 인상 등의 통화방어 대책이 나온다 해도 미 경제성장률의 파장에 묻혀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전망이다. 독일 드레스너 클라이볼트 벤슨의 경제학자인 알렉산더 코커벡은 『미국이 지금처럼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면 유로화가 올라설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대다수 전문가들도 유로화 전망을 0.9달러 이하로 하향 조정하는 등 당분간은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적극적인 통화 방어에 나서지 않는 한 유로화가 연말까지 약세를 이어갈 수도 있다는 것.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외환담당자인 마이클 멕기네스는 『1유로당 0.85달러까지 떨어져야 바닥에 근접했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이같은 추락 속에서 유로화가 기축통화로서의 면목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다. 한때 「1달러=1유로=100엔」을 목전에 두던 유로화는 꾸준히 사상 최저치를 갱신하며 투자가들의 관심권에서 갈수록 멀어져, 세계 3대 통화로서의 위상에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신경립기자KLSIN@SED.CO.KR 입력시간 2000/04/26 18:28

관련기사



신경립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