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반도 핵위기 해소위해 중국 적극적으로 나서야

LA타임스 신디케이트=본지특약 중국이 대외 정책에서 내놓는 카드는 대치와 외곬이 아닌 협상과 외교인가? 현 상황으로 봤을 때 협상과 외교야말로 오늘날 중국 외교의 지배적인 카드패인 듯 하다. 중국은 국제 현안들을 협상 위주의 접근법으로 대하는 것처럼 비춰지기를 원한다. 이는 국제주의가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위한 고도의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중국은 불필요한 국제 이슈에 현혹되지 않고 섣불리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자국 경제를 성장시키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자국의 대외 강경론자들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전세계에 예전의 `나쁜 중국`의 모습을 일깨우는 것을 중국이 막아낼 수 있을까? 이것은 확실히 세기(世紀)적인 이슈이다. 그러나 그 동기가 어떻건 간에, 중국 외교관들은 요즘 처음으로 고위 관료층으로부터 모든 국제 현안들에 대해 일관된 외교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권한을 위임 받았다고 느끼고 있다. 이들은 심지어 매우 껄끄러운 사이였던 타이완과도 가능한 좋은 관계를 만들고자 한다. 이것은 대화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중국 정부가 타이완과 중국 본토간 직항 항공기 취항을 허용하기로 전격 결정한 것에 주목하라. 이는 전례가 없었던 일이다. 새로 출범한 제4세대 지도부는 이상주의자라기 보다는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적 측면이 강하다. 중국 고위 외교관들의 현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나는 최근 중국의 미국 서부지역 담당 외교관인 중 지안화에게 전화를 걸었다. 광범위한 내용을 다뤘던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중국의 새로운 외교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폭력을 배제한 채 타이완과 대화에 나설 것이며, 입장이 뚜렷한 중국 중산층의 급부상으로 덩샤오핑과 같은 전설적 지도자들의 묘책들이 도마위에 올려졌고 정부와 의견을 달리하는 반대자들에 혹독했던 정책들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외교적인 측면에서 볼 때 중국과 중요한 관계에 있는 국가들에는 일본과 러시아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과 남북한이 포함된다. 그러나 미국만큼 중국에게 중요한 국가는 없다. 미국은 중국의 최대 시장이며 중국을 위협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중 지안화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중국과 미국이 자국의 안보를 위해 상호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빨리 깨달은 정치인`이라고 극찬한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그는 또 “만약 양국간에 심각한 충돌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변수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양국간의 충돌은 남북한간에 새로운 긴장관계가 형성됨으로써 이미 구체화된 듯 하다. 이는 남북한 뿐 아니라 중국에게도 나쁜 소식이다. 중국은 북한과 오랫동안 이상적인 동맹관계를 맺어왔다.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경제적ㆍ군사적 지원을 받았지만 정작 중국에는 북한 난민의 유입, 1998년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 등 골칫거리만 안겨줬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니다. 중국은 남한과의 경제 무역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한때 중국은 한반도 통일을 반대했었지만 이제는 통일된 국가와 함께 살 수 있게 됐다. 한반도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위협 요소가 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1999년 말 한반도 통일의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였었다. 그러나 반공산주의자인 텍사스 출신자와 우익 공화당원으로 똘똘 뭉친 부시 행정부가 등장하면서 통일 논의는 지지부진해졌다. 물론 만약 북한이 스스로를 그렇게 고립시키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수십년간 미군이 남한에 주둔하면서 북한이 상황 판단을 분명하게 할 수 있었더라면 협상을 배제하는 북한의 독불장군식 고립주의는 이해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북한은 아직도 무엇에든지 덤벼들 태세다. 따라서 명백히 필요한 것은 부시가 평가절하 해온 외교 프로세스의 시동을 다시 거는 일이다. 누가 이 구출작전에 나설 것인가?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너무도 새로운 인물이다.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지난해 무모하게 평양을 방문한 이후 외교적 힘이 떨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약간의 여력이 있지만 많지는 않다. 그리고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균형 감각이 부족한 듯 보인다. 결국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외부의 힘은 중국이다. 아마도 북한은 지구상의 마지막 자신의 동맹국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중국은 옆에 서서 바라보는 것 이상의 일을 해야 한다. 한국,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은 겉으로 드러난 카드패만 가지고 하는 게임을 멈춰야 한다. 만약 중국 정부가 비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다면 지금이 그것을 보여야 줘야 할 때다. 이는 중국의 새로운 외교가 카드 게임 이상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증거가 될 것이다. <톰 플레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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