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딜레마에 빠진 주택업계

‘롯데캐슬’ ‘KCC 스위첸’ 브랜드만으로도 결코 만만치 않다. 탄탄한 모기업 인지도를 앞세운 만큼 아파트를 분양하기만 하면 최소한 평균 이상의 실적은 거둘 것 같은 브랜드들이다. 소비자들이 아파트를 고를 때 입지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브랜드’라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히 잘되겠거니’란 추측을 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 성적표는 참담하다. 두 브랜드의 최근 분양 성적표는 ‘50가구에 2명’ ‘367가구에 신청자 없음’이다. 바로 서초동 롯데캐슬메디치와 춘천 동면 KCC스위첸의 순위 내 청약결과다. 춘천이야 그렇다 치고 이른바 잘 나간다는 강남권에서 그것도 업계에서도 내로라 하는 브랜드가 받아든 성적표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내심 걱정은 했지만 이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다”는 게 해당 업체들의 반응이다. 게다가 중도금 무이자 융자라는 파격적인 조건까지 내걸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곤혹스러운 결과인 셈이다. 업계는 롯데캐슬메디치가 50가구짜리 미니 주상복합아파트라는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가격이 다소 높았던 것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같은 청약시장 위축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분양가상한제와 청약가점제ㆍ대출 등 잇따른 정부의 대책을 들고 있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격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조금만 높아도 소비자들이 외면을 해버립니다.” 한 건설업체 분양담당자의 말에서 업계의 고민이 그대로 묻어난다. 하지만 업체들로서는 마냥 분양가를 낮출 수도 없는 실정이다. 대형업체인 B사의 한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대형업체는 어떻게든 상한제에 가격을 맞출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마감재 등의 수준을 조금씩 낮춰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적정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을 끌어내리자니 높아질 대로 높아진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기 쉽지 않고, 그렇다고 가격을 유지하자니 고분양가가 걸린다는 것이다. 특히 오는 11월 말 이전에 분양승인을 받아 분양가상한제를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단지들의 경우 이 같은 고민은 더욱 깊다. 11월 중 수도권에서 아파트를 분양할 예정인 C사의 한 관계자는 “차라리 사업을 미뤄 상한제 적용을 받는 것이 머리가 덜 아플 것 같다”고 푸념한다. 너무 갑자기 변해버린 시장 상황에서 주택건설업체들이 과연 어떤 해법을 찾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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