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5월 8일] 주공, 원가공개 왜 꺼리나

박세흠 전 대한주택공사 사장은 지난해 말 사석에서 “주공의 회계 시스템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지난 1962년 설립돼 연평균 매출 13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곳에 제대로 된 회계 시스템조차 없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인지 주공은 지난해 중순 ‘분양가 산출 근거는 비공개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1년 가까이 지난 최근에야 일부 단지에 한해 분양 원가 및 수익을 공개했다. 주공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주공은 4개 지역에서 평균 17%가량의 분양 수익을 거뒀다. 이 수치가 제대로 된 회계를 통해 나온 것이라 해도 통상 공공 공사의 수익률이 10%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주공이 챙긴 수익은 적지 않은 편이다. 주공은 이에 대해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사업인 국민임대주택 건설, 다가구 매입 등에서 손실 발생이 나기 때문에 개발이익을 남기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정작 국민임대주택에서 얼마를 손해 보고 있는지는 밝히기를 꺼리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달 중순 주공의 임대아파트에 대해서도 원가를 공개하라고 주문했다. 분양 전환을 앞둔 입주민들이 분양가가 높다며 원가를 공개하라고 소송을 한 결과다. 주공 입장에서는 국민임대주택에서 얼마의 손해가 났는지, 개발이익이 왜 필요한지를 ‘증명’할 좋은 기회지만 주공은 되레 “도급 업체와 토지 수용자의 개인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궁색한 이유로 버텨왔다. 또 “정확한 원가 산정은 어느 기업이나 힘들고 주공도 원가를 정확하게 계산하기 어렵다”면서도 “임대아파트 사업으로는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했다. 주공은 “민간 건설사는 분양 전환시 손해가 예상되면 분양 전환을 안 하지만 주공은 손해가 나도 분양 전환을 하지 않느냐”고도 했다. 그러나 이는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설립된 주공으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이를 위해 일정한 개발이익이 필요하다고까지 한 상황에서 민간 업체와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아파트 원가가 공개되면 부당하게 챙긴 이익을 반환하라는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공의 염려도 이 부분이지만 이를 감추기만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그동안 잘못됐던 부분이 있으면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이 바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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