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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토대가 됐던 중동에서 '제2의 신화'를 만들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과거 우리 근로자들이 열사의 땅에서 모래 밥을 먹으며 중동 신화를 썼듯이 또 다른 중동 붐으로 경제위기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우선 단순 도급에만 머물렀던 해외건설 분야 수주를 투자개발형으로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 5조원가량의 정책자금을 추가 지원한다. 대형 건설사 위주의 기존 중동 진출 지원 전략도 중소기업과 식품산업, 정보통신기술(ICT)과 헬스케어 등 서비스업으로 확대한다. 또 오일머니의 대표주자인 중동 국부펀드를 외국인 투자 지역에 끌어들여 국내 서비스 투자를 활성화하고 내수경기 회복의 견인차로 이용한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정부는 19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정부 및 경제계 인사 1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7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중동 순방 성과에 대한 이행 및 확산 방안'을 마련했다.
◇성장세 꺾인 해외건설… 단순 도급에서 투자개발형으로=대규모 건설 프로젝트가 많은 중동은 그동안 우리 경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2000년대 중후반에는 플랜트 특수를 타고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이 처음으로 700억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내리 4년 동안 600억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유가하락 탓에 중동 산유국 재정이 악화하면서 발주량이 줄어든데다 금융조달 능력이 중요해지면서 우리 기업의 수주 가능성이 낮아진 탓이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출입은행·산업은행·무역보험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5조원가량의 금융지원책을 마련했다. 무역보험공사는 올해 여신 규모를 지난해보다 2조9,000억원, 수출입은행은 4,000억원을 각각 늘린다. 지난해 52억달러였던 국제개발협력기구(MDB)의 협조융자 금액도 70억달러로 늘어난다.
산업은행 등 3개 정책금융기관이 리스크를 분담하는 3,000억원 규모의 공동보증제도도 도입한다. 시중은행과의 사전약정을 통해 금융조달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간접대출 규모도 확대한다. 정부는 이렇게 올해 추가되는 5조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통해 단순도급 중심의 해외건설 포트폴리오를 부가가치가 높은 투자개발형으로 넓혀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중동 진출 지원책, 중소기업으로 확대=대기업 일변도의 중동 진출 전략도 바뀐다. 정부 간 협력 채널을 활용해 중소기업의 진출 기회를 높이고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동반 진출하는 '선단형 수출 모델'도 개발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의료, 문화 등 유망 서비스업의 진출도 확대한다. 정부는 제약·의료기기·의료서비스 등 헬스케어 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1,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의료산업의 해외 진출을 목적으로 민관 합작으로 설립된 KMH(Korea Medical Holdings)도 전문기관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또 이를 포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이 올 하반기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주력할 방침이다.
◇'오일머니' 유입 위해 재정·금융·세제 3대 패키지 지원=정부는 또 중동 오일머니의 국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재정·금융·세제·입지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 당시 우리나라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와 중동 국부펀드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이 같은 성과를 살리기 위해 올해 안에 '제1호 서비스형 외국인 투자지역'을 지정한다. 투자처를 다각화하고 있는 중동 오일머니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서비스업에 대한 현금지원 예산 사업을 신설하고 올해부터 2017년까지 3조원 규모의 유망 서비스업 지원 펀드를 조성해 외국인 투자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제조업에 비해 역차별을 받아왔던 서비스업 세제지원 체계도 개편해 성장잠재력과 고용유발 효과가 상당한 서비스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중동의 국부펀드가 한국에 관심이 많다"면서 "중동의 국부펀드와 한국투자공사가 협력해 중동 자금의 국내 투자를 돕도록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