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김동선 중소기업청장

"올 中企 정책자금 4,500억 증액 추진"<br>민간투자 위축되지 않게<br>창업·시설자금 지원확대<br>기존 中企육성책 비효율<br>맞춤형 개선작업도 진행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4,500억원 정도 증액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산 당국과 협의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창업 및 설비투자 분야에서 중소기업 지원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취임 한달째를 맞은 김동선(55ㆍ사진) 중소기업청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장을 찾아보니 많은 기업들이 경기회복에 맞춰 기술개발 및 시설투자 확충을 원하지만 자금을 구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더라"며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김 청장은 또 중소기업 육성정책과 관련해 "기존의 지원제도는 워낙 다양하고 수혜 대상도 광범위해 효과가 떨어지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정책지원의 효율성을 높여 일선기업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이뤄지도록 개선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중소기업의 정책자금 신청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지원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높습니다만. ▦이달 중순까지 정책자금 집행규모는 1조원에 이르지만 신청분만도 4조원에 달해 당초 배정분이 조기에 소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자금신청 내용을 살펴보니 투자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운전자금보다는 창업 및 시설자금 분야에서 초과수요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민간 시설투자가 위축되지 않도록 창업ㆍ시설자금 위주로 정책자금을 늘리는 방안을 예산 당국과 협의해나가는 한편 운전자금 부족분에 대해서는 신용보증을 이용하는 쪽으로 유도할 계획입니다. -취임 이후 추진 중인 중소기업 지원체계 개편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최근 기업의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지만 현행 지원체계는 지난 1995년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당초 도입취지와 달리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글로벌 중견기업을 배출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우선 오는 7월 말까지 3만개 중소기업 및 400개 성공기업의 성장과정과 성공요인, 기업 특성을 실증 분석하고 기업규모와 업력ㆍ특성별로 성장정체 구간과 원인을 파악해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지원시책을 정비할 계획입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관련 용역을 맡겨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지속성장을 추진하고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정책의 틀이 달라지면서 일부에서는 영세 중소기업이 지원 대상에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정책개편에서는 중소기업을 크게 보호 대상과 육성 대상으로 나누고 소상공인과 취약지역 중소기업을 보호 대상으로 포함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규모 면에서 작은 기업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면 소상공인에 포함해 지원하고 창업기업 등 소규모 기업일지라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될 경우 보호보다 육성을 위한 지원책이 이뤄질 것입니다. 아울러 취약지역에 있는 중소기업은 경영 인프라 개선을 통해 성장격차를 해소해주고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특별히 보호할 계획입니다. -중견기업 정책에도 남다른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쟁력을 갖춘 중견기업이 많이 나오자면 어떤 노력이 필요합니까. ▦먼저 정부 차원에서는 중소기업이 경쟁력 있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성장정체 해소 등의 성장경로에 맞춘 정책이 필요합니다. 정부는 중견기업 육성전략을 마련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따른 지원단절 문제를 해소할 것입니다. 중기청에서도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원활하게 성장해나갈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지도록 중소기업 지원시책을 정비할 계획입니다. 특히 성장성과 고용창출 능력이 큰 벤처ㆍ이노비즈 등 혁신형 전문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일반기업과 차별화된 시책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예비 중견기업군으로 육성하겠습니다. 기업 차원에서도 국민경제에 이바지하겠다는 기업가적 소명의식을 갖고 과도한 정부지원 의존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디자인 분야에도 지원책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중소기업 제품은 기능이 뛰어나도 디자인에서 많이 뒤처지다 보니 제품의 부가가치를 올리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중소기업은 디자인 개발 능력도 부족하고 자금도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같은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민간 전문가와 중소기업을 연계시켜 디자인 개발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소비자가 만족하는 우수한 제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여러 대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거래관행에서 여전히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일선현장을 찾아보면 납품단가의 합리적 반영 등 대ㆍ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노력을 강화해달라는 요구가 많습니다. 최근에도 공정거래위원장을 만나 적정단가 문제와 관련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협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문제 등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중소기업은 거래 대기업과 갑을관계에 있기 때문에 고발이나 신고를 하기 어려운 만큼 조합단위로 신고하게 만들어 익명성을 보장해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청에서 추진 중인 일자리 창출이나 창업활성화 대책은 무엇입니까. ▦스마트폰의 빠른 확산에 힘입어 1인 창조기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중기청은 전국 주요 대학 등에 앱창작터를 운영해 애플리케이션 개발 1인 창조기업을 육성하고 이를 SK텔레콤ㆍKT 등의 전문개발자 양성과정과 연계해나갈 계획입니다. 내년 이후 앱창작터가 본격 운영되면 매년 4,500명의 개발자가 배출되고 2012년까지 1만개의 1인 창조기업 육성이 가능할 것입니다. 아울러 우수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유망 예비창업자를 발굴해 손쉬운 사업화를 지원하고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시제품 제작, 판로개척 등 사업화를 지원함으로써 창업 분위기가 활성화되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중기청은 앞으로도 국가적 과제인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성장성이 높은 유망 분야에 대한 창업활동 지원을 강화해나갈 것입니다. -올해 신설 예정인 중소기업 TV홈쇼핑 사업은 어떻게 운영돼야 한다고 봅니까. ▦중소기업들은 기존 홈쇼핑사와의 거래과정에서 과도한 수수료 부담이나 일방적 방송중단 등 숱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기전용 홈쇼핑은 중소기업의 판로지원과 소비자 편익 차원에서 무엇보다 공적 방송으로 운영돼야 합니다. 판매수수료를 기존 홈쇼핑사의 절반 이하로 낮춰 소비자 및 중소기업에 이익을 환원하고 창출된 이익은 중소기업 유통망 확보와 지원을 위한 재원으로 재투자돼야 합니다. 과거 중소기업 전용방송으로 승인 받은 일부 홈쇼핑처럼 순수 민간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자칫 대기업 지배구조로 재편될 우려가 크다고 봅니다. -중소상공인들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방안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습니까. 나들가게 육성사업은 어느 정도 진척되고 있습니까. ▦지난해부터 소상공인들이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에 맞서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중소 소매점의 유통체계 혁신과 재래슈퍼의 현대화 사업인 '나들가게' 육성사업을 추진해왔습니다. 그간 중소기업유통센터에 공동구매전담본부를 설치하고 라면ㆍ식용유 등 30여 품목에 대해 월 30억원 규모로 공동구매를 시범 실시하고 있으며 이를 2012년까지 연간 8,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나들가게 사업은 2012년까지 1만개 육성을 목표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올해 여섯 차례에 걸쳐 2,000개의 나들가게를 개점할 계획인데 우선 1차로 5월 초까지 200개를 개점할 예정입니다. 현재 개점 대상 점포들은 시설교체와 간판교체, 유통채널 정보화 등을 통해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나들가게를 널리 알려 동네 슈퍼의 적극적인 사업참여를 유도하고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유도해나갈 것입니다. ◇약력 ▲1955년 강원 영월 ▲1974년 신일고 ▲1981년 고려대 무역학과 ▲1981년 행정 고시 25회 ▲199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대표부 파견 ▲2000년 헬싱키 경제경영 대학원 ▲2003년 산업자원부 장관비서관 ▲2004년 주중한국대사관 참사관 ▲2007년 한국 형 헬기개발사업단 파견 ▲2008년 대통령실 지식경제비서관 ▲2010년 3월 중소기업청장
현장 목소리 중시하는 '아이디어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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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 청장은

김동선 중소기업청장은 오랜 공직생활을 거치며 일처리가 매끄럽고 아이디어가 많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취임 직후 중기청 직원들에게 보고를 받을 때면 항상 숫자 등을 꼼꼼히 살피고 새로 업데이트된 자료인지 여부를 일일이 따져 물어 직원들을 쩔쩔 매게 했다.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으로 근무할 당시 경제수석으로 함께 일했던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내가 본 공무원 가운데 가장 훌륭하다"고 평가했다고 알려졌을 정도다. 김 청장은 취임 일주일 만에 주조ㆍ금형ㆍ열처리ㆍ표면처리ㆍ소성ㆍ용접 등 6대 분야 제조기반 전문기업 대표들을 만나는 등 현장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현장상황을 직접 점검하고 애로사항을 경청하기 위해서다. 주로 정책수립 부서에 있었던 만큼 정책이 실제로 반영되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생각에서다. 김 청장은 행정고시 25회로 지난 1982년 특허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당초 24회 행시에 합격했는데 고려대 재학시절 학생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3차 면접에서 고배를 마신 뒤 대기업과 금융권에서 잠시 근무했다. 정부가 학생운동 전력을 이유로 탈락한 응시자들을 구제하기로 함에 따라 면접에서 떨어진 지 1년 만에 공직의 길로 들어섰다. 김 청장은 옛 산업자원부 미주협력과장과 산업협력과장, 자원정책실 자원개발과장, 무역투자실 수출과장, 중국협력기획단장 등을 거친 자타가 인정하는 통상 전문가다. 특히 2004년부터 3년간 주중한국대사관 상무참사관으로 근무하며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부상한 중국 전문가로 활동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관료들과도 두터운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근무 당시 현장을 발로 뛰며 현지에 진출한 국내 중소기업들의 투자애로를 속 시원하게 풀어주는 '현장 해결사' 역할도 했다. 김 청장을 원래 술을 잘 못했지만 중국근무 시절 독주로 단련되는 바람에 주량이 소주 한 병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부인과 1남1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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