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현대차 사태' 재계 편법 승계 제동걸리나

검찰의 현대차그룹 수사가 편법 경영권 승계에 맞춰지면서 재벌가의 편법, 불법 경영권 승계가 다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재계 1위인 삼성그룹에 이어 2위인 현대차까지 편법, 불법승계 시비에 휘말리면서 앞으로 승계 자금 마련 등 후계와 관련한 재계 부담은 적지않게 커질 전망이다. 편법, 불법 승계를 견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와 사회적 감시가 강화되면서 세금을 제대로 납부한 승계 사례도 없지 않다. 재계는 이번 현대차 사태가 재계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인 편법, 불법 승계 관행에 일대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 재계 경영권 승계 어디까지 왔나 =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최근 속도를내왔지만 검찰 수사로 급브레이크가 걸린 상황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최근 기아차 지분을늘리는 방식으로 경영권 승계를 준비해왔다. 하지만 지분 매입을 위한 자금 마련 과정에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글로비스와본텍 등 그룹의 비상장 계열사를 이용했는데, 이 계열사들에서 비자금 조성 혐의가불거지고 검찰이 경영권 승계 과정도 수사선상에 올려놓으면서 현재 진행형인 그의경영권 승계는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 검찰수사 결과 정 사장이 사법처리되지 않는다 해도 향후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행보에 극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어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당분간 수면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인수에 대한 재판이진행중인 가운데 이건희 회장 자녀들이 취득한 이득을 전액 사회에 환원키로 했다. 삼성은 '세금없는 상속'에 대한 비난과 편법.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 지배구조 개선 압박 등으로 위기상황에 직면하자 지난 2월 대국민 사과와 함께 이 상무를비롯한 자녀들이 에버랜드 CB 인수로 얻은 이익을 포함, 총 8천억원을 사회에 헌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은 아울러 에버랜드 CB와 함께 이 상무에 대한 편법 경영권 승계 논란의 빌미가 됐었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건에 대한 증여세 443억원 부과처분 취소소송과 공정거래법 일부 조항에 관한 헌법 소원도 취하하기로 했다. 에버랜드는 1996년 100억원대의 CB 125만여주를 발행한 뒤 계열사들이 인수를포기하자 이재용 상무 남매들이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이를 인수토록 함으로써 에버랜드의 대주주로 올라서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LG그룹은 2004년 11월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한 구광모씨의 경영권 승계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구회장의 첫째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광모씨는 입적당시 2.8%였던 ㈜LG 지분에 현재까지 변동이 없으며 그동안 LG 계열사인 LG상사 지분을 0.88%취득했다. LG그룹은 광모씨가 현재 학생으로서 그룹 경영이나 업무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있다며 그의 입적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없다고 말하고 있으나 재계는 광모씨가 LG그룹 지분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LG는 지주회사 체제여서 비상장사 상장, 계열사 주식 교환 등을 이용한 편법 승계 자금 마련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두산은 박두병 초대회장의 2남과 3남인 박용오와 박용성 전 그룹회장의 불화가법정 싸움으로 번지면서 형제 경영권 승계 전통이 깨졌지만 지주 회사제 전환을 통한 오너 3,4세들의 경영권 확립에 노력하는 분위기다. 두산은 1999년 7월 발행된 BW(신주인수권부 사채) 전체 물량의 68%를 오너 일가24명에게 배정하는 방식으로 경영권 승계를 시도했으나 참여연대 등이 문제삼자 2003년 2월 전량 무상소각했다. 이후 장내거래 등을 통해 조금씩 사고파는 방식으로 오너 4세 15명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3년내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될 ㈜두산에는 박용성 전 회장, 박용만 전 부회장,박용현 연강재단 이사장 등 오너 3세들의 일정 지분이 있으며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인 두산산업개발에는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 박정원씨 등 오너 4세들이 회사 경영에 힘을 행사하고 있다. 롯데는 신격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부회장을 그룹 정책본부장으로 임명하면서본격적인 후계구도 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롯데그룹은 롯데호텔과 롯데알미늄 등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는데롯데호텔이나 롯데알미늄 모두 일본 롯데를 비롯한 신격호 회장 관련 지분이 100%로구성돼 있어 롯데의 경영권 승계는 일본 롯데쪽 지분 정리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롯데쇼핑의 경우 신 부회장은 이미 2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 놓고 있다. 신세계는 이명희 회장의 아들인 정용진 부사장이 지분을 확대하며 경영권 상속을 가시화했다. 업계에서는 정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지 않지만 중국 할인점 사업 등 현장을 적극 챙기고 지분도 늘리고 있어 조만간 후계구도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모범 승계 사례도 있다 = 거액의 상속세나 증여세를 납부한 모범 경영권 승계 사례도 늘고 있다. 이는 편법, 불법 승계를 견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보완되고 기업 지배구조 강화, 기업의 도덕적 책임을 중시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강해진 데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전선은 2004년 3월 설원량 회장이 사망하자 유족들이 국내 상속세 사상 최대인 1천355억원의 세금을 자진 신고해 재계의 화제가 됐다. 이에 앞서 2003년 타계한 교보생명 창립자 신용호 회장 유족은 상속세 1천338억원을 냈으며 지난 97년 이임룡 태광산업 회장의 유족들은 상속세로 1천60억원을 납부했다. 이들은 주로 중견재벌들로 주요 재벌들의 상속세 납부 규모인 최태원 SK회장 730억원, 김승연 한화회장 277억원, 이양구 동양그룹회장 2세들의 120억원, 이건희 삼성회장 70억원,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유족들의 300억원과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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