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잇따른 악재로 급락, 지난해 말에 기록했던 610선에 대한 지지력을 다시 시험 받게 됐다.
종합주가지수는 9일 미국 기업실적 악화에 따른 미 증시 급락 및 이에 영향을 받은 외국인의 매도공세, 프로그램 매물 등이 악영향을 미치면서 전일보다 21포인트나 떨어진 630. 40포인트로 마감하며 주요 지지선을 이탈했다.
특히 외국인들은 5일만에 매도세로 돌아서며 3,300여억원의 물량을 쏟아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옵션만기에 따른 프로그램 매물이 3,121억원 대까지 늘어나며 지수하락폭을 늘렸다.
전문가들은 고객예탁금이 1년 4개월 만에 7조원 대로 떨어지는 등 증시수급상황이 악화되고 북핵문제, 중동지역의 전운 등 기존 대외 변수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미국기업 실적 악화
▲미 증시 약세
▲환율 불안정 등 새로운 변수들이 가세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외국인들이 매도세로 돌아선 데다 종합주가지수가 주요 지지선을 이탈해 단기적인 시장전망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종합주가지수가 지난 해말 기록한 저점인 610포인트대의 지지력을 시험 받으면서 새로운 지지선을 설정할 때까지 위험관리에 치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미국발 기업실적악화 소식이 외국인 매물 불러=이날 국내 증시에 직격탄을 날린 것은 미 증시 급락이었다. 미국 알루미늄제조업체인 알코아의 지난해 4ㆍ4분기 실적이 악화됐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떨어지자 외국인이 국내시장에서 대규모의 매도공세를 펼쳤다. 외국인은 이날 닷새동안 사들인 금액의 60%가 넘는 물량을 매물로 쏟아냈다.
전문가들은 “알코아가 전일 미국 기업중 가장 먼저 지난해 4ㆍ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미국기업들의 어닝시즌을 개막해 실적호전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는데 결과가 반대로 나오자 실적악화 우려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알코아의 실적악화로 미 증시가 출렁이고 이것이 국내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공세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삼성전자의 실적이 예상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해 외국인이 매물을 늘렸다는 분석도 제기했다.
여기에 달러화 약세로 원화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경기부양대책이 재정적자를 키워 달러화 약세를 촉발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원ㆍ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지자 투자자들 사이에 수출주도형 국내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됐다.
◇옵션만기일 프로그램 매물 낙폭 키워=당초 예상과 달리 프로그램 매물이 대량 쏟아진 것도 지수급락을 야기했다. 전문가들은 매수차익거래 잔액이 전일까지 2,000억대로 줄어들어 만기일 청산물량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시장기조가 취약해지자 장 막판에 프로그램 매물이 홍수를 이뤘다. 이날 프로그램 매물은 모두 4,289억원 어치가 쏟아진 반면 매수는 1,167억원에 그쳐 무려 3,121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기존 악재의 영향력이 다시 커지고 있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특히 고객예탁금은 7일 기준으로 1년 4개월만에 7조원 대로 떨어지면서 수급구조가 악화된 것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여기에 북핵문제와 이라크전쟁에 대한 부담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말 저점 610선의 지지력 시험대에=종합주가지수는 단기적으로 5일 이동평균선을 밑도는 등 주요 지지선 밑으로 추락함에 따라 새로운 지지선을 확보하는 과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해 12월30일 북핵문제가 불거지면서 한때 613.76포인트(종가기준 627.55포인트)를 기록했는데 당장 이 지수대의 지지여부가 단기적으로 시장 안정화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종합주가지수가 안정되는 모습을 보일 때까지 관망하는 투자자세를 가져야 하며 매매는 확실한 재료보유주나 실적호전주에 국한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조영훈기자 dubbch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