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벽란도와 경제자유구역

월드컵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이르기까지 한국 선수들이 세계 무대를 당당하게 누빌 때마다 우리를 가장 들뜨게 하는 단어는 바로 ‘코리아’이다. 일상의 피로에 젖어 있던 국민들은 시원스럽게 날아드는 낭보에 자랑스러운 ‘코리아’를 외치며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우리 국민들은 ‘코리아’의 이름으로 뜨겁게 뭉친다. 잘 알려졌다시피 ‘코리아’라는 단어는 고려시대 벽란도를 드나들던 외국 상인들이 고려를 발음하는 데서 유래됐다. 당시 벽란도는 고려시대 최대의 무역항으로 당ㆍ거란ㆍ여진ㆍ일본은 물론 동남아시아와 멀리 아라비아에서부터 건너온 상인들도 드나들던 국제 무역항이었다. 벽란도가 국제 무역항으로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뛰어난 지리적 여건과 세심한 외국인 배려정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 우선 벽란도는 송ㆍ여진ㆍ거란ㆍ일본 등의 중앙에 위치해 있어 교통이 편리했고 고려의 수도 개경에서 8km 되는 예성강 하구에 위치해 배후시장 접근성이 뛰어났으며 물이 깊어 큰 선박도 드나들 수 있었다. 당시 무역은 주로 뱃길을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벽란도는 최상의 지리적 여건에 힘입어 고려 제1의 무역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또한 외국인들의 편의를 위해 외국 사신이 들어오면 벽란정으로 안내해 우벽란정에 조서(詔書)를 안치하고 좌벽란정에서 사신을 대접해 사신이 도착하거나 떠날 때 반드시 하루씩 묵었다가 갈 수 있게 했다. 수도 개경까지는 동서로 도로를 만들어 통행이 용이하게 했고 뱃사공을 배치해 사신이 개경에 다녀올 때까지 선박을 지키게 했다. 벽란도에서 엿보이는 고려인들의 개방성과 선견지명에 힘입어 당시 고려는 선진문물을 적극 수용해 고려청자ㆍ금속활자 등 찬란한 고려문화와 예술을 창조하고 다시 그 문물을 일본에 전해주었던 동아시아의 문화 허브 노릇을 할 수 있었다. 우리는 경제자유구역사업 성공을 위한 벤치마킹 사례로 보통 홍콩이나 두바이의 예를 찾는다. 그러나 멀리서 찾을 것 없이 우리 역사 속의 벽란도에서 경제자유구역사업 성공의 대원칙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원칙은 바로 탁월한 입지선정과 그 입지에 매력을 더해 자본과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인센티브 정책이다. 현재 추진 중인 인천 및 부산ㆍ진해와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은 이미 그 입지적 우월성과 발전가능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경쟁국보다 더 획기적인 제도적 뒷받침과 인센티브를 내세워서 사람ㆍ돈ㆍ정보 등의 콘텐츠를 끌어오는 것이다. 지금 세계 각국은 저마다 지역거점으로 부상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해관계에 따른 득실을 따지며 서로 대립하고만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국민 모두가 함께 누릴 미래의 풍요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며 고려인들의 적극성을 배워 경제자유구역의 성공을 위해 국가적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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