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이끄는 2기 경제팀이 내놓을 경기부양 종합대책은 △재정 확대 △규제 완화 △가계 가처분소득 제고를 3대 축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손수 곳간을 열면서(추가경정예산) 각종 족쇄를 풀어(규제 완화) 기업들의 투자를 독려하는 한편 서민들의 씀씀이를 키운다(가처분소득 확대)는 전략이다.
문제는 최경환식 '3개의 화살' 전략과 현오석호(號)가 취임 직후 내세웠던 일명 '정책 패키지(policy package)'에 사실상 다른 부분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1기 경제팀 또한 17조3,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추경예산을 편성했고 박근혜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강력한 규제 완화 드라이브를 걸었으나 국민들은 경기회복을 거의 체감하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월호 참사까지 일어나면서 내수경기는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2기 경제팀 출범을 앞두고 정부 역시 이 대목에서 긴장감을 가지고 있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최 후보자가 내놓을 대책이 국민들의 충분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년 연속 10조원대 추경 카드 꺼낼까=현시점에서 정부가 가장 쉽게 내놓을 수 있는 경기부양 카드는 추경이다. 정부가 진행하는 각종 예산사업의 덩치를 키워 시중에 돈을 푸는 것이다. 최 후보자는 지난주 청문회에서 "현재 경기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적극적 재정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추경으로 가는 길을 반쯤 열어뒀다. 8조5,000억원에 달하는 세수 구멍이 났던 지난해보다 올해 세수 진도율이 더 낮아 세수부족분을 메우는 동시에 경기부양에 돈을 쓰려면 최소 10조원 이상의 추경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추경의 효과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우선 시기의 문제다. 7월 부가가치세 확정신고, 8월 법인세 중간예납 등 주요 세목의 상반기 실적을 확인하고 국회의 동의를 얻는 과정 등을 감안하면 일러도 9월은 돼야 추경 편성이 가능하다. 집행 시기가 늦어지면 추경의 효과도 그만큼 반감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추경은 4월에 편성됐는데도 추경사업에서 쓰이지 못한 돈이 3조9,192억원에 달했다.
경기부양 효과에 대해서도 비판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순히 돈을 풀면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이론적 측면에서 벗어나 어느 분야에 어떻게 돈을 써야 경기가 살아날지 면밀한 분석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LTV 등의 금융규제 완화…관심은 폭=금융규제 완화는 최경환 경제팀의 회심의 카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담보인정비율(DTI)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어느 정도로 풀지에 더 관심이다. 내수의 핵심축인 부동산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예상 외로 과감한 완화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DTI는 가계부채의 건전성 관리 기능이 강해 시장의 기대만큼 손을 대기에는 부담이 크다. 결국 LTV를 좀 더 느슨하게 가지고 갈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LTV의 제한비율을 10%포인트 높이거나 2금융권에 비해 낮은 은행 등 1금융의 LTV를 더 높게 가지고 가는 게 유력하다. 이와 함께 서울·수도권 50%, 지방 60%를 각각 적용하고 있는 비율도 통일하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DTI는 미세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DTI는 현재 서울 50%, 인천·경기 60%이며 지방은 따로 상한을 두고 있지 않다. 40세 미만 직장인에 대해 10년간 연평균소득을 추정해 소득산정액으로 인정해주는 제도가 9월까지 시행될 예정인데 이를 연장하거나 상한선 자체를 확 높일 가능성이 있다.
규제는 아니지만 금리의 향방에 대해서도 최 후보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했으나 만장일치가 깨져 이르면 8월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또한 한은이 시중은행에 자금을 공급해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유도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옛 총액한도대출) 한도를 현 12조원에서 확대하는 방안이 부양대책에 담길 가능성도 있다. 이 밖에 기업별 구체적인 투자 애로사항에 대해서는 이달 중 개최 예정인 무역투자진흥회의 등을 통해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 추진=최경환 경제팀의 마지막 '화살'은 가계 가처분소득 확대다. 최 후보자는 청문회 서면답변을 통해 "최저임금 상승에 대해 취임 이후 검토해가겠다"고 밝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실 가계 가처분소득 확대는 LTV 규제 완화 등 금융규제 완화와 묶어 추진될 수밖에 없다. 대출규제를 풀면 이미 1,000조원을 넘긴 가계부채가 풍선처럼 더 부풀어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경제팀이 끝내 DTI를 풀지 못한 것도 이 같은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계소득을 늘려 빚을 갚을 능력을 키우면 빚이 늘어도 감당할 만한 여력이 생기게 된다.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500조원에 육박하는 사내 유보금을 투자로 이어지도록 하는 방안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 일부 의원들은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에 대해 15%의 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입법 추진했으나 정부와 여당의 반대에 부딪혀 실행하지 못했다. 기재부는 사내 유보금에 적정 수준의 세금을 물리거나 사내 유보금을 배당 또는 투자에 쓰는 기업에 대해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는 이 밖에 월세에 대한 세액공제 한도를 확대해 생활비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과 사교육비 경감대책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발표해 서민들의 씀씀이를 키우는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