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0월 16일] MB 라디오연설 논란

시계를 11년 전인 97년으로 돌려보자. 국가 부도의 위기가 목전에 달했는데 우리 정부는 “위기는 없다”며 막판까지 강변했고 정치권은 그 해의 최대 정치 이벤트인 대선게임에만 ‘올인’했다. 최고 권부인 청와대는 이미 연초 터진 한보그룹 부도사태에 대통령의 자제가 연루된 것이 알려지면서 한해 내내 현안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식물’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중에 국민들은 어느날 갑자기 사실상 국가 부도인 IMF(국제통화기금) 행을 통보받았다.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는 현상적으로 97년 외환위기와 유사하다.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주가는 연일 폭락하는데다 몇몇 대기업은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금융에 이어 더 큰 실물위기까지 이어지는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취임후 첫 라디오 연설인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 를 통해 이 같은 어려운 경제 사정을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국민단합과 시장의 신뢰회복을 강조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금융시장의 혼조세가 거듭되는 가운데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가계, 기업, 금융 등 경제 주체간의 ‘믿음’과 ‘신뢰’를 가져줄 것을 당부하면서 시장의 불안을 털어내기 위해 주력했다. 그런데 이 라디오 연설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당장 일부 방송사는 청와대측의 일방적인 행사 진행 방식 등을 이유로 방송 중계를 거부했으며 야당과 지난 정권의 인사들은 “방송을 권력의 시녀로 전락시키는 시도”, ‘희망은커녕 실망과 체념만 남긴 방송’이라고까지 신랄하게 폄하했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정치적인 입장에 따라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금융위기처럼 그 실체를 가늠할 수 없는 위기상황에서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노력을 이같이 깎아 내리는 것은 정당한 비판이라고 보기 힘들다. 물론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이 진행되는 과정에 다소 부족한 점이 없지 않다. 그렇더라도 위기상황 극복을 위한 국민화합과 신뢰회복을 강조하는 라디오 연설을 이처럼 비난하는 것은 금도(襟度)를 넘어선 수준이다. 또 우리 사회는 이 같은 비정상적인 논의시스템으로 앞으로 예고되는 더 큰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지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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