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취임식을 앞두고 국제사회를 뒤흔든 서아프리카 말리 내전과 알제리의 국제 인질극 사태에서 전면에 나선 프랑스와 달리 끝내 직접 군사개입을 꺼린 미국의 모습은 오바마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 방향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집권 1기에서도 앞서 공화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의 강경외교에서 벗어나 대화를 중시하고 해외 개입보다는 국내 문제를 중시한 오바마의 외교정책은 재선을 통해 국내 여론의 지지를 받은 2기를 맞아 기존의 노선을 한층 굳힐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윤곽을 드러낸 오바마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 인사 역시 앞으로 4년간 해외에서의 무력 사용을 줄이고 대화를 통해 미국의 실리를 챙기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향후 10년 동안 미 지상군 숫자를 10만 명가량 줄이고 국방비를 5,000억달러가량 감축할 계획이다. 미국은 특히 서유럽ㆍ중앙아시아 주둔 미군을 대폭 줄이는 대신 태평양 시대에 맞춰 이 지역에 병력을 증파하는 미군 재배치 작업을 추진한다.
하지만 이 같은 오바마의 외교정책은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적잖은 난관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지난해 리비아 벵가지 미 영사관에 대한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큰 희생을 치른 데 이어 말리ㆍ알제리 등 북아프리카 전역이 불안정해질 조짐이 농후해지자 중동 내 미국의 영향력을 급속도로 위축시키는 오바마 외교정책에 대한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도 고조되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 후 '아시아로 중심축을 옮기는(pivot to Asia)' 오바마의 아시아 중심 정책이 중동 현안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국제 인질극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아랍의 봄'을 겪은 많은 나라에서 알카에다 세력이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틈을 비집고 세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이 동아시아 지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군사전력을 유지해야 하는데 향후 10년간 미국이 국방예산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동맹국들의 방위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로버트 케이건 부르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국방비를 대폭 줄이면서 태평양 지역에서 군사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며 "중국과의 관계가 틀어질 경우 동맹국들의 불만이 고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과 중국 간의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영토분쟁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어떤 자세를 취할지도 동북아 정세변화에 민감한 부분이다. 일단 미국은 센카쿠열도가 일본 행정권에 포함된다는 기존의 입장은 유지하면서도 영유권에 대해서는 어느 편도 들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힘의 균형추를 아시아로 옮기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관계개선이 불가피한 만큼 대화의 채널을 넓히기 위해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중국과 영토분쟁 중인 인도, 베트남, 필리핀 등이 미국의 지지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미중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외교 전문가들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