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남북과기협력 '새 지평'

연내 남북과기실무協 구성등 공식 합의<br>기존 단발성 벗어나 안정·지속적 교류 가능<br>공동센터 설립… 자원조사·SW개발등 추진<br>사업분야선 남북한 입장차 커 조율 필요성도

북한 과학원 산하 자원식물연구소에서 한 연구원이 식물에서 유용물질을 추출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제공


남북과기협력 '새 지평' 연내 남북과기실무協 구성등 공식 합의기존 단발성 벗어나 안정·지속적 교류 가능공동센터 설립… 자원조사·SW개발등 추진사업분야선 남북한 입장차 커 조율 필요성도 /최수문기자 chsm@sed.co.kr 북한 과학원 산하 자원식물연구소에서 한 연구원이 식물에서 유용물질을 추출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제공 관련기사 • ■北과학기술 현황 정혁 자생식물이용 기술개발사업단장(한국생명연구원 박사)는 연내에 개최될 ‘남북 과학기술실무협의회’에 기대가 크다. 이번 당국간 협의를 계기로 지난 1년동안 막혔던 남북 식물학자 교류가 본永?백두산과 한라산 등지를 남북이 공동답사, 자생식물을 연구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먼저 남측에서 백두산을 방문해 식생연구를 하기로 계획됐지만 지난해 7월 제3차 북핵 6자회담 이후로 모든 것이 보류됐다. 합의위반을 항의도 했지만 북측 파트너는 상부의 지시라며 어쩔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정혁 단장은 “지난 7년동안 공동연구사업을 추진해 왔는 데 북측의 일방적인 행동으로 파행도 많이 겪었다”며 “남북 과학자 및 당국에서 보다 확고한 원칙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남북한이 당국간 과학기술 협력에 공식적으로 합의하면서 경제교류에 비해 그동안 부진해 면치 못한 남북 과학기술협력 사업의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당장 이익이 나는 분야보다 정보인프라나 상호이해 증진 등 기초부터 착실히 쌓아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협력사업의 대상으로 식량증산과 함께 에너지 및 공업원료 확보에 집중하는 북한에 비해 남측은 정보기술(IT) 위주로 접근하는 입장차가 있어 보다 신중한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12일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10차 회의에서 도출된 공동합의문에 빠른 시일내에 남북 과학기술실무협의회를 구성, 운영키로 했다. 당국자간 과학기술 협력 계획이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동안에도 여러 분야에서 협력사업이 진행돼 왔지만 대개 개인차원에서 제3국을 경유하고 일회적ㆍ단기적 성격이 강했다. 정부차원의 뒷받침도 적어 지난해 지원예산은 5건에 총 5억원, 올해는 30% 늘어난 6억5,000만원에 12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과학기술 협력에 대해 안전ㆍ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2년간이나 유보된 남북과학기술협력센터(가칭) 설립 구상을 구체화, 교류협력 활성화할 촉매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협력센터는 평양 설립이 유력하다. 정부는 실무협의회 구성을 위한 협상을 곧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과학기술부의 한 관계자는 “연내 실무위원회를 구성, 협력사업에 대해 정부차원의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에너지ㆍ자원 공동조사, 소프트웨어 개발 등 공동연구와 인력교류를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북한 과학기술은 산업 생산현장과 보다 긴밀하게 묶여 있다. 과학기술을 통해 공업과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국내산 원료의 사용효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노동신문 등에 발표된 올해 신년공동사설이 과학기술 부문에서 ‘현대적 과학기술에 기초한 인민경제의 기술적 재건과 생산성 제고’를 강조한 이유도 이것이다. 생산현장지원, 농업생산성 제고, 첨단기술 개발 등 3가지를 주요목표로 삼았다. 지난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북한의 과학기술 및 산업 수준은 남한보다 높았다. 일제시대 이후로 북한지역의 공업화 정도가 남한보다 앞섰으며 전후에도 경제회생을 위해 자본과 노동의 집중투자가 이뤄지면서 회복이 빨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활력을 잃어 갔다. 사회적 화두인 ‘주체’를 반영한 ‘주체과학’을 지향하면서 발전시켜온 국내산 원료에 의존하는 중화학공업과 농업체제가 한계를 맞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고난의 행군’에 훨씬 앞서 과학기술 부문에서부터 노쇠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경제위기는 그 필연적인 결과였던 셈이다. 지난 60년대 리승기의 ‘비날론’ 공업화가 대표적이다. 월북 과학자인 리승기가 석탄에서 뽑아낸 비날론은 세계적으로도 획기적인 발명이었다. 하지만 화학공업 주류가 석유(나일론)로 재편되는 가운데 북한은 석탄을 고집하면서 확산되지 못했다. 그 동안 남북 과학기술 협력은 90년대말 농업 분야에서 시작해 점차 정보기술(IT) 분야로 변화해 왔다. 이는 남측이 산업발전에 따른 첨단기술 위주의 협력방침을 남북협력에도 적용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실정을 고려, IT뿐만 아니라 생명공학(BT)과 에너지ㆍ화학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협력의 실효성도 높은 분야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과학기술분야에서 적지 않은 교류협력이 이뤄졌지만 상징적 효과 외에 뚜렷한 실적은 없었다”며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추진중인 사업을 충실히 하고 당분간 인프라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5/07/2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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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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