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대북사업 '삼성 역할론' 급부상

대북사업 '삼성 역할론' 급부상앞으로 대북경협에서 삼성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 수년간 대북 사업을 주도해온 현대가 최근 이런저런 사정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김정균(金丁均) 현대경제연구원 박사는 『지금까지는 현대가 정주영(鄭周永) 전 명예회장의 실향기업인이라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대북사업을 주도해온 게 사실』이라며 『6·15 공동선언을 계기로 사업주체의 다양화 추세에 맞춰 삼성이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대북사업에는 돈이 필요하다=민간 경제연구소들은 대북경협사업에 향후 10년간 연간 20억달러씩 총 200억달러의 자금지원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현재 최악의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현대가 이처럼 대규모 자금을 자력으로 조달할 수 있을 것인가는 회의적이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삼성의 역할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은 그동안 대북 사업에 있어서 서두르지 않는다는 신중론을 펴왔던 게 사실. 삼성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대북 사업은 북경 소프트웨어 공동개발 사업, 가전제품 및 의류 임가공 사업 등 초보적인 아이템에 국한돼 있다. 이는 삼성 특유의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넌다는 신중한 자세 때문이다. 삼성은 올해 총 125조원의 매출에 순이익 9조원의 사상 최대의 경영성과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 내 대북사업의 주축인 삼성전자만도 무려 33조원의 매출에 순이익 7조원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북한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20조원(추정)의 절반에 육박하는 어머어마한 액수다. 재계 관계자는 『초창기 대북경협의 주역이던 대우가 유동성 위기로 좌초하고 대신 현대가 지난 98년 금강산 사업을 계기로 전면에 부상했던 것처럼 이제 삼성의 역할이 새롭게 주목된다』며 『앞으로 대북사업이 현대와 삼성과의 쌍두마차 체제로 바뀌거나 삼성의 역할이 오히려 더 강화될 조짐』이라고 조심스레 점쳤다. ◇모두가 원하는 상생(相生)게임=정부는 현대위기로부터 증폭되고 있는 경협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고 대북사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삼성 내부적으로도 대북사업에 적정선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은 현재 차기 후계 구도와 관련, 이건희(李健熙)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李在鎔·32) E삼성 이사에 대한 편법 재산상속 논란으로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현재 李이사는 재야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몇건의 소송에 계류돼 있고 정부 사정기관으로부터도 수차례 경고 메시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원만한 후계구도 마무리를 위해서도 삼성이 정부의 협력 요청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다. 북측도 그동안 삼성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기울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 6·15 남북정상간 회담에서도 북측 관계자들이 삼성 얘기를 꺼내면서 우호적인 의사표시를 했었다. 특히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수행했던 윤종용 부회장에게 발전소 건립지원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金위원장은 『공단 조성도 중요하지만 전기가 있어야 가동할 수 있다』며 『李회장에게 발전소 건립 지원의사를 전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는 것. 金위원장은 또 李회장의 방북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동호기자EASTERN@SED.CO.KR 입력시간 2000/08/01 18:40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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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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