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인구구조 변화와 경기침체 장기화가 결합하면서 공적연금이 세계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경고했다. OECD는 각국 정부가 '연금대란'을 막기 위해 사적연금 자동가입제도 등을 도입하고 대대적인 연금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OECD는 8일(현지시간) '2014년 OECD 연금 전망' 보고서에서 인구 고령화에 따른 연금고갈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며 각국이 공적연금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OECD에 따르면 출산율 하락과 기대수명 증가로 연금에 유입되는 돈이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연금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각국이 재정에서 투입해야 할 예산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저성장·저금리로 연기금의 투자수익률이 크게 하락한 것도 연금제도 유지를 위한 각국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독일·프랑스·호주 등 OECD 전체 회원국(34개) 중 일본 등을 제외한 조사 대상 28개 회원국의 평균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적연금 지출 비중이 내년 9.5%에서 오는 2050년에는 11.7%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한국은 GDP 대비 공적연금 지출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내년에는 1.1%에 불과하지만 2050년에는 5배 늘어난 5.5%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게 OECD의 분석이다.
그러나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시된 확장적 재정정책과 저성장으로 인한 세수감소 등의 여파로 정부 부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연금제도 유지를 위한 재정지출을 마냥 늘릴 수는 없다는 게 각국의 고민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OECD 전체 회원국들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73.3%였지만 지난해에는 109.5%로 35%포인트 이상 올라갔다. 한국도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6년 만에 26.9%(2007년)에서 36.5%(2013년)로 9.6%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는 연금대란을 막으려면 각국이 개혁을 통해 연금제도를 대폭 손질해야 한다면서 사적연금 자동가입제도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모든 근로자를 사적연금에 의무 가입하도록 한 네덜란드와 노르웨이의 경우 사적연금 수급액이 은퇴 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3%, 24%로 연금제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게 OECD의 설명이다.
OECD는 또 기대수명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어 총 연금 지급액이 달라지는 '수명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정부가 '수명채권'을 발행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또 인구 고령화에 발맞춰 정년을 연장하고 일하는 노인에 대한 인센티브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인구구조 전환이 빨라지고 세계 경제도 둔화되고 있어 지속적 연금개혁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더 오래 일하고 더 많은 분담금을 내는 것이 은퇴 후 충분한 연금을 받는 유일한 길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