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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에너지사업센터 신설 후 방송사·대학에 LED공급 이어져
車부품 매출 1조 달성도 무난
"당장의 수익에 연연하기보다 장기적 안목 갖고 투자하라"
구본무 회장 의지 빛 발해
LG그룹이 차세대 성장동력을 키우기 위해 뿌린 씨앗들이 하나둘 열매를 맺으며 미래 먹거리 사업에 탄력이 붙고 있다. 에너지 부문과 자동차 부품 사업 등이 속속 성과를 내며 전자·화학·통신이 중심이던 그룹의 사업 모델을 다양화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의 수익성에 연연하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미래 사업에 투자하라"는 구본무(사진) 회장의 의지가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시장 불 밝히는 LG전자 조명=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미국법인은 최근 미국 미시간주에 위치한 데이븐포트대학교와 오는 2018년까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공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규모나 금액은 밝히기 힘들다"면서도 "본격적인 수주 확대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는 LG전자가 지난달 초 미국 케이블 방송 사업자인 '타임워너 케이블'과 스마트홈 서비스에 최적화된 스마트 LED 조명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은 후 달성한 또 하나의 성과다.
글로벌 조명 시장의 3분의1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은 LED 조명 역시 단일 국가로는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로 분류된다.
지난해 11월 조명 관련 부문을 포함하는 에너지사업센터를 신설한 LG전자는 올 초 LED 완제품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해제되면서 영역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ED 조명의 경우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크다는 장점 때문에 글로벌 시장 규모 역시 지난 2014년 270억달러(30조1,600억원)에서 2016년에는 424억달러(47조3,700억원) 수준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LG전자의 이번 미국 대학 공급 계약은 현지의 에너지절감전문업체(ESCO) 중 한곳과 협력해 이룬 성과라 더욱 주목 받고 있다.
미국 시장의 유통 형태는 건물주가 ESCO에 LED 조명 교체를 의뢰하면 ESCO가 무료로 바꿔주는 대신 정부로부터 장려금을 받고 건물주에게서는 기존 대비 절약한 전기료를 받는 구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ESCO로부터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는 것은 오슬람·필립스 등 막강한 경쟁자들이 구축한 높은 진입 장벽을 뚫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차 부품 사업도 속도…올 매출 30%가량 성장할 듯=에너지와 함께 자동차 부품 사업 역시 LG그룹이 집중 투자하고 있는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 분야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G전자가 2013년 7월 VC(자동차 부품)사업본부를 설립하면서 이때 처음 'LG전자-LG이노텍-LG디스플레이-LG화학'으로 이어지는 전 계열사의 차 부품 체제가 구축됐다.
그룹 측의 일관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산업계 안팎에서 "완성차 사업까지 진출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올 만큼 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올 들어 LG전자는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와 무인차의 핵심 부품인 '스테레오 카메라 시스템'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폭스바겐·구글 등의 업체와도 기술 협업에 나서고 있다.
LG전자 VC사업본부가 올해 1·4분기에 처음으로 별도 부문 실적을 공개한 것도 이 같은 성과에 대한 자신감 덕분이다.
LG전자 차 부품 부문은 1·4분기에 3,82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매출 1조원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른 계열사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LG이노텍은 미국 크라이슬러에 차량용 LED를 2월부터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LG화학도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폭스바겐·르노그룹·아우디 등 글로벌 완성차 회사와의 협력 관계를 굳건히 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그룹 계열사들의 차 부품 관련 총매출은 2013년 2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500억원으로 30% 가까이 뛰어올랐다. 올해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성장이 예상된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통한 차세대 사업 육성으로 안정적인 수익 기반 확보와 그룹 사업 다각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