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외부인사 영입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각 당의 내부 속내는 복잡하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외부 인사 수혈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괜찮은 인물을 영입하는 데 따른 어려움과, 각당의 복잡한 내부 사정이 얽혀 있어 영입작업이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바닥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한 지지율이 가장 큰 문제다. 지금과 같은 지지율을 감안할 때 소위 `이야기가 되는' 외부인사 가운데 우리당간판으로 출마하려고 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는 것이다.
김혁규(金爀珪) 인재발굴단장까지 "지금 당장은 인재 영입에 애로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할 정도다.
여권에 대한 지지도를 제고하는 것이 이 같은 상황을 반전할 `정답'이지만, 당청관계와 당의 정체성 문제 등 복잡한 사안들이 얽혀 있기 때문에 우리당이 현재 상황에서 쉽게 탈출구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서울과 경기, 광주와 전남, 부산과 경남 등 광역단체 선거를 비롯해 중ㆍ소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경쟁력있는 후보를 내세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마저고조될 정도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정세균(丁世均) 의장 취임 후 당이 정비되고 있고, 경제사정도 좋아지고 있어 당의 입지가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섞인 전망도 제기되고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전통적으로 지방선거에서 강세를 보여왔고, 최근 당의 지지율이 40%를 넘어서는 등 상대적으로 우리당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활발한 모습을 띠고 있다는 점이 외부인사 영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수도권을 비롯한 대부분의 자치단체장 후보군이 이미형성돼 있기 때문에 중량감 있는 외부 인사라고 하더라도 선뜻 출사표를 던지기가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들의 입에서 "광역단체장 외부 후보 영입이 가능하겠냐"는부정적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여야가 당내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며 도입한 경선시스템도 인재영입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종전에는 당 지도부가 대어급 외부인사가 영입할 경우 먼저 공천을 약속했지만,경선시스템이 정착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더 이상 공천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에 아무런 뿌리가 없는 외부인사들이 지방선거에 100% 출마한다는 보장도 없이 경선에서 입을지도 모를 상처를 무릅쓰고 당으로 들어오겠느냐는 지적이다.
물론 종전과 같이 경선없이 공천을 주는 길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리당의 경우 당헌에 각종 공직후보선거에서 후보자를 단수 추천하는 전략공천지역을 선거구 총수의 30% 이내에서 선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당 일각에서는 전략공천지역을 30%에서 더욱 늘리는 방향으로 당헌을 개정하자는 주장도 확산되고 있어 주목된다.
한나라당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경선없는 공천에 대한 확실한 보장도 없고, 여당과 달리 외부인사가 낙마할 경우에 대한 마땅한 반대급부도 없다보니 외부인사 영입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김형오(金炯旿) 영입위원장도 "우리는 (반대급부로) 줄 것도 없고, 정보도 없고, 권력도 없고, 누를 수 있는 파워도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더욱이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정치인 일색의 광역단체장 후보로는 선거 승리를낙관할 수 없다"는 회의론과 함께 참신한 인물의 영입론이 확산되고 있지만, 현재의지지율 고공행진 속에서 현역의원들이 너도 나도 단체장 경선에 뛰어들 조짐이어서영입작업은 소리만 요란했지 속빈강정이 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