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당에 이어 새누리당도 신규 순환출자 금지 카드를 꺼내든 것은 순환출자 금지가 재벌개혁의 핵심처럼 부각됐기 때문이다. 재벌이 순환출자를 통해 문어발식 확장에 나서고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하면서 경제력이 집중돼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지적 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63개 대기업집단 가운데 15개 그룹이 순환출자를 통해 기업지배구조가 형성돼 있으며 삼성∙현대차∙롯데∙한화 등 11개 그룹이 순환출자가 금지될 경우 직접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삼성만 해도 순환출자 해소에 수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투자의욕은 꺾일 수밖에 없고 경영권 방어가 힘들어져 신성장동력 확보는 물론 해외 라이벌 기업과의 경쟁에서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순환출자는 대기업 그룹 계열사들이 A→B→C→A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태로 출자관계를 맺고 있는 지배구조다. 새누리당은 우선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할 계획이지만 결국 3~5년 내에 기존 순환출자도 해소하라는 압박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통합당 역시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현행 순환출자는 3년 내 해소하도록 할 방침이다. 여권에서 순환출자 금지는 지난 4월 총선에서 논의됐다 결국 공약에서 빠졌지만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가 주요 이슈로 부각돼 채택될 가능성이 작지 않은 상황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순환출자가 금지되면 삼성·현대차∙현대∙롯데·한진·한화·동부·영풍·동양·현대백화점∙현대산업개발 등 11개 그룹의 지배구조에 불똥이 떨어진다. 문제는 돈이다. 순환출자 금지가 과거 정권 교체기마다 거론됐지만 천문학적 비용이 들기 때문에 결국 채택되지 않았다. 삼성이 전기회로도만큼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려면 약 20조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현대차와 롯데ㆍ한화 등도 조 단위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상의의 한 관계자는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순환출자 금지는 대기업의 투자를 묶고 경영권 방어를 어렵게 할 뿐"이라며 "포퓰리즘적 접근으로 재벌개혁의 부작용을 키우기보다는 동반성장과 불공정거래 단속 강화 등 현실성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