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원회가 새해 예산안에 대한 에비심사에서 무려 7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늘린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예산증액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17개 국회 상임위원회 가운데 새해 예산안 예비심사를 마친 14개 상임위는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을 포함해 정부가 제출한 총예산안 422조3913억원의 1.6%에 해당한 6조8632억원을 증액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경위가 2조3747억원을 증액한 것을 비롯해 건교위 산자위 복지위 행자위 등이 예산증액에 앞장 선 것으로 드러났다. 예산 예비심사를 마친 14개 상임위가운데 예산을 순삭감한 곳은 법사위와 통일외교통상위 2곳 뿐이다.
국회 상임위의 예산안 예비심사는 12일부터 시작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 최종심사에서 기초자료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 상임위들이 예산안 예비심사에서 이처럼 경쟁적으로 예산증액에 나서고 있는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지역예산 챙기기와 소관부처 봐주기 등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국회는 국민의 입장에서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불요불급한 예산을 삭감함으로써 국민의 세금부담을 덜어주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도 국회가 도리어 앞장서서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보다 규모 자체를 늘리는 것은 국민의 세부담을 아랑곳하지 않은 제몫챙기기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정치권의 나눠먹기식 예산안 심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도로개설사업과 같은 사회간접자본 예산의 경우 지역별 나눠먹기식 예산 배정의 전형적인 케이스라 할 수 있다. 해마다 적지않은 투자를 하는 데도 불구하고 주요지역의 교통난 물류난 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은 사업의 우선순위와 투자의 효율성은 뒷전인 채 지역안배 위주로 예산을 배정하기 때문이다.
국회의 이 같은 속성을 감안할 때 소관분야 예산을 정부안보다 늘리기만 일삼는 상위의 예비심사는 차라리 폐지하는 게 낫다고 본다. 정부 예산안보다 정치권이 예산안을 순증시키는 행위는 정부 견제라는 국회의 기본적인 역할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위헌소지도 있다.
그 동안 상임위의 터무니 없는 증액요구는 예결위 심의에서 상당부분 교정되어 왔지만 올해는 예결위조차 경기활성화를 이유로 예산증액을 요구하는 분위기 일색이다. 총선 수요가 겹친 탓이라고 본다. 국회는 정부예산의 낭비를 막고 효율을 높여 국민의 세금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본연의 임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동수기자 best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