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경기] "일주일중 3~4일은 헛장사"

[경기저점 논란속 재래·농수산물 시장 가보니…]<br>100~500원짜리 저가매장에만 손님 북적<br>세집 걸러 한집꼴로 문닫아 "재래시장 썰렁"<br>노량진 수산 하루 경매규모 전년比 2억줄어

경기저점 논란이 최근 일고 있는 가운데 26일 남대문시장은 폐업한 점포들이 즐비하고 휴일임에도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이호재 기자

# "요새 옷감을 보러 오는 손님조차 없어 상가내 세 집 걸러 한집 꼴로 장사를 접고 있어요"(종로 광장시장 상인 김모씨) # "즐겨먹었던 광어회는 쳐다볼 수도 없어요. 오늘도 멍게살 3,000원어치만 샀어요"(노량진 수산시장에 온 주부 이모씨) 최근 경기저점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재래 및 농수산물 시장에는 여전히 불황의 한파가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일본인 특수를 누리는 백화점들이나 반값세일덕에 알뜰족의 발길이나마 이어지며 전년대비 소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대형마트들과 달리 재래시장 등 에는 지갑을 여는 손님들이 갈수록 자취를 감추는 모습이다. 극심한 소비위축으로 문닫는 곳도 늘면서 재래시장이 '폐업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원단과 단추등 의류부자재를 찾는 수도권ㆍ지방 상인들로 한때 북적이던 광장시장은 24일 한산한 모습이다. 양복등 고급원단을 취급하는 김모(43)씨는 "일주일동안 공치는 날이 3~4일정도고 오늘도 3,4마 정도 밖에는 팔지 못했다"며 '광장시장은 죽었다'는 말을 공공연히 내던졌다. 광장시장은 점포와 노점을 합치면 6,000여개가 밀집해 있고 불황이 닥치기전에는 유동인구만 하루3만5,000명에 달했다. 의류 원자재비중이 90%로 절대적인데, 최근 불황으로 지방의 소규모 양복점 등이 몽땅 문을 닫으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 일본인 특수로 주목받는 남대문시장도 실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시장골목들이 사람들로 넘치지만 실제 지갑을 여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붐비는 곳은 '양말 100원, 팬티 500원'이라고 써 붙인 점포와 교차로에서 여성 상ㆍ하의 구분없이 3,000~4,000원에 판매하는 간이 매대 정도였다. 한달에 두세번씩 남대문시장에 들른다는 황모(여 66)씨는 "일단 무조건 싼 것에만 먼저 눈이 가지만, 미리 계획한 것 하나씩만 산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문을 닫는 점포가 갈수록 늘고 있다. 여기다 빈 점포에 들어오려는 예비상인도 아예 자취를 감춰 시장 분위기가 더욱 싸늘한 모습이다. 남대문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남성복과 일부 잡화, 액세서리를 취급하는 가장 규모가 큰 E동의 경우 135점포 중 현재 15곳이 빈 점포로 이는 작년 동기의 3곳에 비해 5배가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관계자는 "폐업하는 점포가 생겼을 때 후속으로 들어오고자 하는 문의가 예전에는 빗발쳤는데 지금은 전혀 없어, 폐업 업주가 계약 종료 기간까지 어쩔수 없이 자리를 지키다 나간다"고 하소연 했다. 또 광장시장의 경우 웨딩드레스 등 예식용 옷감을 취급하는 수도직물부는 전체 205개 점포 중 70개가 비어있다. 이는 작년 동기 50개에 비해 20개가 늘어난 것. 또 이 시장내 실크 등 양장지를 취급하는 광장직물부는 136개중 43개, 중앙직물부는 115개 점포중 43개가 각각 비어 있는 상태다. 지난 20일 오후 5시. 수도권 최대 수산물시장인 노량진 수산시장에는 일찍 철수한 가게들이 눈에 부쩍 띄었다. 어패류를 파는 황금숙(62)씨는 주변 빈 점포를 가리키며 "새벽에 나왔다가 장사가 워낙 안 돼 점심에 장사를 접은 곳들"이라며 자신도 평소보다 2~3시간 일찍 문을 닫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량진수산에 따르면 일일 경매(평일 기준)규모가 지난해 12억원였던 것이 올해는 10억원정도로 줄었다. 소매 역시 1ㆍ4분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20%가까이 줄었다. 여기에 원화가치 하락으로 러시아ㆍ캐나다산 킹크랩, 일본ㆍ중국산 광어와 우럭 등 주요 수산물 수입비용이 최대 50%정도 증가한 것도 큰 부담이다. 소규모 요식업소의 폐업이 늘어나면서 타격을 받고 있는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상인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소ㆍ도매 전체 물량 중 80%를 넘게 차지하는 청과시장에는 소매상인들이 몰려들 오후 4시에도 한산하다. 한 청과소매상의 이모(여 41)사장은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매출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도매업자의 경우 거래허가를 받는데 꼭 필요한 최소 물량만 구매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박기동 한국농산물중도매인연합회 부장은 "도매업자의 경우 법인은 월 6,500만원, 개인은 월 2,500만원이 최저 거래 실적으로 설정돼 있어 이정도만 겨우 맞추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 때문에 눈으로 보여지는 도매물동량 감소폭은 미미해 불황타격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가락시장 내에서 수익을 내는 것은 포기하고 최소 물동량만 채우고 나서 시장 바깥에서 부인 명의 등을 빌려 유통업체와 직거래 물량을 늘리는 '양다리'중도매인들도 늘어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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