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의 잦은 오보가 부실장비 구입 탓이라니 정말 울화통이 터질 일이다. 기상예보는 정확도가 생명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관측자료 수집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확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사용하는 관측장비가 성능이 떨어지는 부실장비였다니 ‘정확한 기상예보’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기상청의 정신자세가 이처럼 흐려 있으니 이명박 대통령이 질타할 만큼 오보홍수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부실장비로 지적된 ‘GPS라디오존데’는 기온ㆍ기압ㆍ습도를 측정하는 센서가 달린 풍선이다. 전세계가 거의 동일한 시간대에 하루에 두 번 풍선을 띄워 대기상태를 측정한다. 수집한 자료는 세계기상기구(WMO) 회원국이 공유한다. 이 때문에 WMO는 엄격한 기준의 GPS라디오존데를 사용하도록 권하고 있다. 그동안 기상청은 부실장비로 관측한 자료를 회원국에 제공함 셈이니 국제적으로도 불신을 사게 됐다.
날씨는 국민생활과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웨더 마케팅’이 산업의 한부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 이를 증언한다. 이 때문에 선진국은 정확한 기상예보에 만족하지 않고 지역을 세분화해 기상예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상청은 한때 슈퍼컴퓨터가 없어 오보가 많다고 항변했으나 슈퍼컴퓨터가 들어온 후인 2004~2006년의 호우 예보 적중률은 66.2% 수준이고 지난해는 62.1%로 더 떨어졌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지난해 부실관측이 147회에서 352회로 급증했다니 정확한 기상예보가 나올 리 없다. 과거에는 슈퍼검퓨터 핑계라도 댔으나 이제는 뭐라고 변명할지 궁금하다. 정확한 기상관측을 위해 무엇보다 흐릿한 기상청의 정신자세를 맑게 뜯어고치고 예보관의 긍지를 높이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와 함께 관측장비 선진화와 수치예보 모델 개선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아무리 첨단장비를 도입하고 예측 프로그램 개선 및 숙련된 예보관을 양성한다고 해도 정신상태가 지금처럼 해이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정부도 풍수해 등이 나면 호들갑을 떨 것이 아니라 투자를 아껴서는 안 된다. 예보관이 전문가로서 긍지를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할 때 기상예보의 정확도도 높아진다.